합성마약급 중독성… “이러다 큰일 나” 쇼츠를 끊는 사람들 [미드나잇 이슈]
“반복 시간 짧을수록 중독 빨라져”
앱 삭제하고, 숨김 설정하는 시민들
“집중력 올라가고 늦잠 안 자요”
“볼수록 자극적이잖아요. 중독성이 강하다고 느꼈어요. 퇴근하고 저녁을 먹을 때면 저도 모르게 쇼츠를 눌렀어요. 아 ‘절제해야겠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직장인 권모(26)씨는 올해 2월 스마트폰에서 유튜브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했다. 이직을 준비하는데 쇼츠가 자기계발을 방해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권씨는 “아직 노트북으로는 쇼츠를 보기 때문에 완전히 끊진 못했다”면서도 “그래도 절제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60초 이하의 짧은 동영상 플랫폼 ‘쇼츠’에 대한 시민들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한 번 클릭한 뒤 손가락을 아래로 내리기만 하면 알고리즘에 맞춰 다른 영상이 계속 나오다보니 본인도 모르는 사이 중독되는 것이다. 이에 집중력 감퇴 등을 체감한 일부 시민들은 ‘쇼츠 끊기 챌린지’를 하고 있다. 쇼츠를 끊은 이들은 “집중력이 좋아졌다”거나 “늦잠을 안 자게 됐다”며 삶에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왔다고 말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유튜브는 2021년 3월 ‘쇼츠’를 출시했다. 틱톡을 중심으로 짧은 길이의 영상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이에 발맞춘 것이다. 쇼츠는 2년 새 유튜브 시청자들에게 깊숙이 스며들었다. 구글은 지난 2월 자사 쇼츠 콘텐츠의 하루 조회수가 500억 뷰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2022년 2월 300억 뷰였던 것에 비해 60% 넘게 급속 성장한 셈이다. 쇼츠 대성공에 다른 IT기업도 엇비슷한 서비스를 우후죽순처럼 선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숏폼 콘텐츠가 두뇌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의 정희원 교수는 지난 2월 유튜브 닥터프렌즈에 출연해 “(숏폼 영상들은) 결론적으로 사람들이 더 빠르게 많은 도파민을 얻을 수 있는 합성마약이랑 굉장히 비슷하다”며 “자연환경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자극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교수는 “(숏폼 영상들을 계속 보게 되면) 정상적인 것들에 집중하기가 어려운 사람이 되고, 불필요한 곳에 시간을 많이 쓰게 된다”며 “시작을 안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정 교수는 “저도 이렇게 말씀드리지만 저조차도 그런 것들을 보기 시작하면 그냥 몇 십 분이 지나가는 걸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일부 시민들은 쇼츠 끊기 챌린지에 나섰다. 유튜브 앱을 삭제하거나, 쇼츠가 보이지 않도록 숨김 설정을 하는 등의 방식이다.
이모(27)씨도 지난 3월 문득 쇼츠를 끊겠다 다짐했다. 무의미하게 손가락을 아래로 움직이며 영상을 보는 시간들이 아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완전히 안 보는 건 아니지만 지금도 자기 전엔 안 본다”며 “계획보다 늦게 자는 일이 없어져서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쇼츠를 끊을 때 따라오는 단점이 없다”며 “제가 마케팅을 할 일이 생긴다면 쇼츠를 적극 이용할 것 같다. 이건 한 번 시작하면 끊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직장인 이모(30)씨도 최근 유튜브 앱을 삭제했다. 그는 “영상 시청은 직접 경험이 아니기에 유익한 내용이더라도 내 것이 되기 어렵다고 생각했고, 그런 의미에서 시간 낭비라고 느꼈다”며 “시간이 많이 생긴 게 가장 큰 변화”라고 했다.
그는 “중독에서 벗어나서 건강한 정신으로 생활이 가능해졌다”며 “그간 항상 오른손에 휴대폰을 쥐고 다녀서 정신이 두 개인 느낌이었는데 이젠 그런 게 사라졌다”고 했다.
감퇴했던 집중력이 돌아오는 걸 느꼈다는 이들도 있다. 올해 4월부터 쇼츠를 끊은 직장인 백모(27)씨는 “문득 책을 보는데 집중이 잘 안 됐다”며 “원인을 따져보니 달라진 건 유튜브 쇼츠 뿐이었다”고 말했다. 백씨는 “쇼츠를 끊은 뒤 피로감이 줄었고 집중력이 굉장히 좋아졌다”며 “무엇보다 시간을 더 생산적으로 쓰게 되고, 계획했던 일을 바로바로 실행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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