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사요" SNS서 난리난 日 맥주…결국 1위 올랐다
해외직구도 증가 추세…일본 여행도 급증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액이 450만달러선을 회복했다. 2019년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노(No) 재팬’ 이후 최대치다.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과 엔저(엔화 가치 약세) 흐름 속 일본 맥주뿐 아니라 해외 직접구매(직구), 여행 등 방면에서도 국내에서 일본 선호도가 강화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6월 일본맥주 수입액 450만불 회복…4년만에 최대
일본이 한국의 '맥주 수입국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일본이 보복성 규제에 나선 2019년 7월(434만달러) 이후 일본 맥주 수입액이 최대치를 기록한 결과다.
17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일본 맥주 수입액은 456만달러(약 58억원)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291.1% 뛰었다. 지난달 수입량은 5553t으로 264.9%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입액과 물량 모두 일본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빌미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고 나선 2019년 7월 이후 최고치다. 당시 수입물량(5131t)과 수입액(434만달러)을 웃돌았다.
같은해 6월 수입액(790만달러)과 수입물량(9462t)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4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회복됐다. 2019년 6월 790만달러를 웃돌던 일본 맥주 수입액은 같은해 7월 일본 정부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한국 수출 규제로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노 재팬’이 시작하면서 급감했었다. 같은해 8월에는 22만3000달러(약 3억원), 9월에는 6000달러(약 800만원)까지 밀렸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불매 운동이 약화됐고, 엔데믹과 함께 일본 여행이 늘어나면서 먹거리 수요도 뚜렷하게 회복되는 추세다.
그 결과, 일본은 한국의 맥주 수입국 1위 자리도 탈환했다.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량은 우리나라 전체 맥주 수입량(2만498t)의 27.1%로 1위를 차지했다. 수입액 비중은 전체(1909만달러)의 23.9%로 집계됐다. 일본의 빈자리를 메웠던 중국(257t·272만달러)·네덜란드(2089t·185만달러) 맥주를 제쳤다.
업계에선 올해 5월 출시 당시 품귀현상을 빚은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이하 아사히 수퍼드라이) 등 히트상품도 일본 맥주 호조에 일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사히 수퍼드라이는 풍성한 거품을 강조한 제품으로 통조림과 같이 캔 뚜껑 전체가 열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개인 SNS 계정에 인증샷을 올리며 "한 번도 안 마신 사람은 많지만 한 번만 마신 사람은 없다는 그 유명한 (제품)"이라고 평한 바 있다.
운동화부터 명품까지…엔저에 직구도 쑥
일본 해외 직접구매(직구)도 뚜렷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는 역대급 '엔저'로 국내에서 소비자들이 쏠쏠한 재미를 볼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온라인쇼핑 일본 상품 직구액은 120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29.4% 뛰었다.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4분기(1253억원)에 이어 2분기 연속 1200억원대를 유지했다. 올해 1분기 일본 직구액은 2021년 1분기(729억원)보다는 64.7% 급증한 수치다. 해당 기간 1000원대를 웃돌던 원·엔 환율이 한때 800원대로 밀리는 엔저 현상이 직구 수요에 불을 붙인 것으로 풀이된다. 원·엔 환율이 800원대까지 내려간 것은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업계에서도 올해 일본 직구 상품의 뜨거운 인기가 포착됐다.
신세계그룹 계열 온라인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28일까지 일본 직구를 통해 패션과 가전제품 판매량이 급증했다. 엔데믹 국면과 노 재팬 운동 영향력이 사그라들며 일본 스포츠의류와 운동화 판매량도 증가하는 분위기엿다.
해당 기간 스포츠 의류와 운동화 판매량이 117% 급증했고, 해외 명품(75%), 주얼리·시계(35%) 판매량도 큰 폭으로 뛰었다. 디지털·가전(100%) 판매량도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G마켓 관계자는 “올해 들어 엔저의 영향으로 다양한 일본 직구 상품의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며 “명품이나 디지털·가전은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품목군으로, 엔저효과를 크게 볼 수 있어 판매가 특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일본 여행 수요 '폭발'…김포~제주 이용객 제쳤다
일본 여행 수요도 꾸준히 이어지면서 올 상반기 일본 노선 이용객이 김포∼제주 왕복 노선 이용객을 4년 만에 추월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약 3년 만에 일본 자유여행길이 열린 후 엔데믹과 함께 여행 수요가 폭발한 결과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항공 노선 이용객(유임·무임·환승 합산)은 850만1488명으로 집계됐다. 해당 기간 김포∼제주 노선 이용객(798만674명)을 추월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후 처음이다. 코로나19 전과 비교해도 상당부분 회복한 흐름이다. 2018년과 2019년 상반기 일본 노선 이용객은 김포∼제주 노선의 1.3배 수준이었다.
지난달에만 150만명 넘는 사람들이 일본을 오갔다. 지난달 일본 여객(유임·환승 합산)은 152만2391명으로 지난해 6월(6만5명)보다 2437% 폭증했다.
2019년 일본 여행 불매를 이끈 노 재팬 운동 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 6월 국제선 여객 수송인원은 462만명으로 2019년 6월의 76.6%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노선의 경우 94.4%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집계됐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5월보다 운항횟수가 2.7% 줄었으나 여객수송인원은 증가했다. 이에 따라 2019년 6월과 비교한 운항횟수 기준 회복률은 92.6%, 수송인원 회복률은 94.4%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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