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지성’ 고 이어령 선생, AI 기술로 다시 만난다
방문객 질문하면 생전 육성 답변
‘우리 시대의 지성’으로 불리던 고 이어령 선생(사진)을 인공지능(AI)을 통해 다시 만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26일 암 투병 끝에 89세로 작고한 이 선생은 생전에 AI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선생은 AI가 몰고 올 세기적 전환점을 슬기롭게 대처하자는 뜻을 담은 책 <너 어떻게 살래>를 유작으로 남긴 바 있다.
충남 아산시는 선생의 정신적 유산을 이어가기 위해 ‘이어령 창조관’을 건립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아산은 선생의 고향이다.
시는 창조관을 단순한 기념관이 아니라 선생의 학문과 가르침을 이어가는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선생의 정신적 유산을 담는 아카이브(기록관)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국민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까지 꾸민다는 것이 아산시의 구상이다.
아산시는 특히 선생의 자료를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한 뒤 이를 AI 기술과 연결해 ‘AI 이어령’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창조관을 찾는 방문객들이 가상으로 구현된 선생을 만나 질문을 던지면 ‘AI 이어령’이 각종 데이터를 통해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답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답변은 선생의 생전 음성으로 하게 된다.
박경귀 아산시장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영인문학관에서 선생의 부인인 강인숙씨(전 건국대 교수)와 장남 이승무씨(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만나 창조관 건립 사업 계획을 소개했다.
박 시장은 “이어령 선생님은 한 가지 분야로 규명할 수 없을 만큼 활동 폭이 넓고 뛰어난 통찰력과 창의성으로 많은 이에게 영감을 줬다”면서 “창조관을 만드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아산시는 예산 1억6000만원으로 창조관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산시 관계자는 “2027년 개관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생은 1956년 ‘우상의 파괴’를 발표해 파란을 일으키며 평단에 데뷔했다. 문단의 거목들을 신랄하게 질타하며 ‘저항 문학’의 기수가 된 그는 경향신문 등 여러 언론사의 논설위원을 지내며 당대 최고 논객으로 활동했다. 이후 평론가와 학자로서의 삶을 이어가며 <흙 속에 바람 속에> <둥지 속의 날개> 등 수많은 저작을 남겼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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