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맨몸으로 나왔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애타는 이재민
[앵커]
경북 북부에는 특히 산사태로 살던 집이 부서지거나 흙더미에 파묻힌 이재민이 수백 명에 이릅니다.
돌아갈 곳 없어 답답한 사람들을 박진영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69살 김동환 씨는 토사가 집안까지 밀려 들어온 순간, 구순의 노모를 등에 업고 겨우 몸만 빠져나왔습니다.
대피 도중 넘어지면서 양 무릎에 생긴 큰 상처가 당시 급박했던 순간을 보여줍니다.
[김동환/예천군 이재민 : "가재 도구도 뭐고 아무것도 없으니까 앞길이 막막하죠. 어떤 말을 할 수도 없고 저희 힘으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일찍 남편을 떠나보내고 홀로 농사를 지으며 지은 집, 하룻밤 새 처참해진 모습에 눈물밖에 나지 않습니다.
그나마 온전한 남편 영정 사진을 발견하고 안도합니다.
["그 난리 속에도 안 넘어졌네요. 사진이 안 넘어졌네..."]
주택 복구는 언제 될지, 그 이후 살 길은 더 막막합니다.
[윤재순/예천군 이재민 : "너무 힘들어요, 지금. 진짜 힘들어요. 저금이라도 해놓은 돈이 많으면 모르지만..."]
임시 대피소로 몸을 피했지만 마음은 온통 집에 가 있습니다.
흙탕물을 씻어내면 돌아가겠지 기대했던 수재민들도 전기와 수도와 끊겨 그저 발만 구르고 있습니다.
[이동일/예천군 이재민 : "물하고 전기가 들어와야 잠자리가 해결되니까 그게 제일 중요합니다."]
부서지거나 물에 잠겨 새로 짓거나 고쳐써야 할 집이 경북 예천에만 50여 채에 이릅니다.
산사태가 발생한 예천군 감천면의 한 주택입니다.
토사와 나무들이 밀려 들며서 집안이 완전히 엉망이 되었는데, 찌그러진 지붕만으로 이곳이 주택이었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예천에서만 2백 5십여 가구, 5백여 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채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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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jy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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