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색 셔츠’ 구조자 찾았다…“나도 도움 받았다”
[앵커]
손가락 군데군데 물집이 터지고, 쓸려나간 곳엔 피가 맺혔습니다.
오송 지하차도에 물이 차오르던 그때 난간에서 손을 내밀어 이웃들을 구한 시민의 손입니다.
덕분에 목숨을 건진 사람이 수소문 끝에 찾아냈는데 이 손가락의 주인공은 자기도 또 다른 누군가의 도움으로 구조됐다면서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신현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거센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던 순간, 난간에서 손을 내밀어 힘껏 당겨준 남성.
[이OO/오송지하차도 침수 생존자/지난 16일/KBS 뉴스9 : "허우적대고 있었는데 남색 셔츠 입으신 남자분 한 분 계셨는데 제 손 잡아가지고 난간에다가 같이 이렇게 잡아주시고."]
기적의 손길을 뻗어준 남성은 증평군청 공무원 정영석 씨로 확인됐습니다.
정 씨는 침수 순간, 차량 지붕과 난간에서 3명을 끌어올렸다고 했습니다.
[정영석/충북 증평군청 공무원 : "차량 지붕으로다가 이제 막 급하게 올라갔어요. 아주머니 한 분이 못 올라오고서 이제 살려달라고 말씀을 하셔갖고. 제가 아주머니를 일단 끌어올렸어요."]
생존자들과 줄 지어 온갖 구조물을 붙들고 밖으로 나왔다는 정 씨, 손 군데 군데는 벌겋게 벗겨진 상태입니다.
[정영석 : "철제 뚜껑까지 해서 구조물이 쭉 이렇게 붙어 있어요. 그거를 잡고 또 뒤에 계신 분들은 전선을 잡고 가면서..."]
정 씨는 자신도 또 다른 남성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정영석/충북 증평군청 공무원 : "스티로폼이나 나무랑 판자나 목재 같은 걸 잡고 둥둥둥 이제 떠 있는데. 화물차 기사분이 저를 먼저 좀 이제 꺼내주셨어요. 감사드리면서 연락처라도 좀 달라고. 그런데 끝까지 안 주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미처 구하지 못한 버스 승객들의 희생 소식에 안타까워했습니다.
[정영석/충북 증평군청 공무원 : "계속 울먹이시더라고요. 버스에서 자기 혼자밖에 못 빠져나왔다고. 계속 우시고 막 그러시는데."]
정 씨는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 참사와 희생이 반복되는 걸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KBS 뉴스 신현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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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욱 기자 (woog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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