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부서진 계단만 둥둥…'세계유산'도 무너지고 잠겼다
오늘(17일) 밀착카메라는 물에 잠긴 우리 문화재들을 담아왔습니다. 세계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는 문화재들이 매년 비가 많이 올 때마다 속절없이 무너지고 부서지는데, 이번에도 40곳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함민정 기자가 현장 가봤습니다.
[기자]
세계문화유산인 충남 공주 공산성입니다.
백제의 역사를 간직한 이곳에 비가 계속 오면서 바로 옆에 있는 금강이 넘쳤습니다.
호수처럼 변해서 지붕만 겨우 떠 있습니다.
비가 오기 전엔 이렇게 누각도 있고 연못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부서진 계단만 둥둥 떠다닙니다.
사람들이 오가던 길도 잠겼습니다.
금강에서 조금 떨어진 곳은 물이 덜 들어왔지만 그래도 피해가 컸습니다.
며칠간 내린 비로 흙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이곳에 있던 비석을 덮쳤습니다.
현장에는 나무 뿌리가 뒹굴고 있고요, 비석은 두동강이 나서 바닥에 이렇게 떨어져 있습니다.
집 대문이 통째로 부서졌습니다.
경북 칠곡에 있는 4백년 역사의 매원마을입니다.
국가등록문화재입니다.
흙과 돌로 지어져 비가 많이 내리면 위험합니다.
[이종석/'창락댁' 매원마을 주민 : 빗물이 바로 들어가면 흙이니까 약해져가지고 무너지거든요. 대청마루에 앉아가지고 이렇게 보면서 '저거 우야지 우야꼬' 걱정만 하고 있습니다.]
나무들이 쓰러져 있습니다.
충북 단양에 펼쳐진 천연기념물 측백나무 숲입니다.
10만㎡에 8000여 그루가 심어진 곳 입니다.
지금 제 옆을 보시면 제 키만한 돌덩이가 놓여있습니다.
장마철 내린 비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약 100톤 정도 되는 돌이 떨어진 건데요,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울타리가 원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졌습니다.
[김우성/단양군청 문화예술과 문화유산팀 : 천연 보호림 식물 군락지이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망을 설치한다거나 이런 부분은 못 하고 그냥 육안으로 관리만 하고 있었어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전남 순천 선암사도 기왓장이 떨어지고 담장이 무너졌습니다.
취재진이 돌아보니 곳곳에서 또다른 위험 징후가 보였습니다.
[도산스님/선암사 문화사회국장 : 이쪽은 예전부터 조금 이렇게 허물어질 기미가 보였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수십 년 됐죠.]
이번 장마로 피해를 본 국가유산은 모두 40곳입니다.
큰 비가 내릴 때마다 문화재 피해가 큽니다.
[도산스님/선암사 문화사회국장 : 긴급 복구 비용으로 이렇게 하니까 바로 (배정이) 돼요. (사전에) 문제가 심각하지 않는 한 바로 예산으로 이렇게 책정하기가 어렵다는 거죠.]
문화재청은 보호조치를 하면 문화재 원래 모습을 훼손할 수 있어 시급한 경우가 아니면 보존을 우선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마다 호우로 인한 국가유산 피해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예방 없이 무너진 걸 다시 새로 세운다고 수백 년의 역사가 되돌아오진 않습니다.
(화면제공 : 문화재청·칠곡군청)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 / 영상디자인 : 조영익 / 인턴기자 : 김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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