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고전하던 중국서 판매량 24% 늘었다…부활 신호냐, 기저효과냐

1~5월 9만여대 팔려…SUV 선전
수년째 부진 속 고무적인 성장률
판매 대수는 적어 “일시적” 진단도

현대자동차의 지난 1~5월 중국 시장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24% 늘었다. 중국 시장에서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현대차의 중·소형 SUV가 선전한 결과로 보인다.

17일 현대차 판매량 자료를 보면 올해 1~5월 중국에서 9만4309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7만6061대)보다 1만8248대, 24.0%가 늘었다.

현대차가 20%대 성장률을 보인 것은 이례적이다. 미·중 갈등이 격해진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 동조하면서 국내 기업의 중국 사업이 어려워졌다. 게다가 중국은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내수 브랜드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저가의 중국 전기차들이 내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라 해외 브랜드가 힘쓰기는 어려운 구조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 중국 시장에서 178만2021대를 판매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이후 판매량이 줄기 시작해 2018년 116만179대, 2019년 90만8828대, 2020년 66만4744대, 2021년 47만7282대, 지난해 33만9003대까지 떨어졌다. 현대차그룹의 세계 판매량 전체로 보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은 2012년에 20%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6%로 추락했다.

이처럼 급속도로 판매량이 줄어든 것과 달리 올해 성장세를 보인 배경은 SUV가 많이 팔렸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SUV 인기가 높아졌고, 현대차도 적극적으로 관련 모델을 내놓은 게 주효한 것이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달 중국 현지 전략 모델인 준중형 SUV ‘무파사’를 선보였고, 역시 현지화 모델인 ‘투싼L’과 ‘ix35’도 선전하고 있다.

현대차의 중국 내 판매량 상승세가 일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은 기저효과가 두드러진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기아는 지난 1~5월 3만234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 3만7515대보다 오히려 7281대(19.4%) 줄었다.

현대차는 ‘중고가’ 시장을 노리는 전략을 내놓았다. 지난달 투자자의날 행사에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고성능 N라인, 제네시스 등을 중심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중저가’ 전기차 시장이 강력한 중국 시장에서 차별화를 선택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독일차와 테슬라 등 프리미엄 브랜드가 즐비한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전략이 어느 정도 먹힐지는 미지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기저효과로 인해 판매량 증가가 두드러져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현상이 현대차가 본격적으로 부활하는 기류로 판단할 수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