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부채율 세계 3위…“DSR 예외 대상 줄여야”

이윤주 기자 2023. 7. 1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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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가계부채 분석 보고서
43개국 중 스위스·호주 이어 높아
개별 차주 많고 절반이 ‘일시상환’
은행들, 기업대출보다 선호도 높고
전세자금 DSR 제외 등 규제 느슨
“고소득자 빚내 투자, 불평등 심화”

한국의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국내 대출규제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느슨한 데다 금융기관들이 기업대출보다 떼일 우려가 적은 가계대출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은이 17일 발표한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연착륙 방안’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5.0%로 주요 43개국 가운데 스위스(128.3%)와 호주(111.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0년대 이전까지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였으나 2002~2003년 신용카드 사태, 2014~2017년 가계대출 규제 완화, 2020~2021년 코로나19 등을 거치면서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국내 가계부채의 가장 큰 특징은 소득이 많은 개별 차주(대출자)나 가구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현재 전체 가계부채에서 소득 1·2분위(소득 하위 40%)의 대출잔액 비중은 차주 기준으로 11%인 반면, 4·5분위(소득 상위 40%)는 76%에 이른다.

평상시에는 갚지 않다 만기 때 한번에 갚는 만기일시상환 방식의 대출이 지나치게 많은 사실도 지적됐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의 절반이 넘는 53.7%가 만기일시상환 방식이었다.

한은은 가계대출의 높은 수익성과 안정성을 한국의 가계부채가 증가한 공급 측면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국내 은행의 수익 구조상 총이익에서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으로 매우 큰데, 가계대출은 기업대출보다 연체율이 낮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고 안정적이어서 가계대출 취급을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주요국 가운데 대출 규제가 느슨했던 점도 가계부채가 급증한 원인이 됐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 2012∼2014년에 도입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한국에서는 2018∼2019년에서야 활용됐다. 또 주요국에서는 DSR 대상에 대부분의 대출이 포함되지만, 한국에서는 전세자금·중도금 대출 등을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한국 금융기관은 신용대출에 완화적인 편인데 소득 및 신용이 양호한 경우 담보 제공 없이 소득의 약 50~150%에 달하는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주택 등 자산투자 목적의 가계대출이 증가했다. 금리가 낮아 빚 부담이 적고, 예금 등의 안전자산 수익률도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주택, 주식 등으로 돈이 쏠린 것이다.

한은은 그러나 이 같은 배경으로 불어난 가계부채가 금융 불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소비가 위축되고 금융을 통한 자원 배분의 효율성도 떨어져 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우려했다.

가계부채 증가가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은 분석 결과 2017∼2022년 부채를 보유하지 않은 가구의 순자산 증가폭은 7100만원인 반면, 당초 부채가 없었다가 이 기간 중 빚을 낸 가구의 순자산 증가폭은 약 1억200만원으로 더 컸다. 고소득층에 해당하는 소득 5분위(상위 20%) 안에서도 이 기간 신규 차입을 선택한 가구의 순자산 증가폭(2억8000만원)이 부채를 보유하지 않은 가구(2억5000만원), 부채 상환 가구(2억4000만원)보다 컸다. 대출을 더 많이 낼 수 있는 계층일수록 자산을 더 불렸다는 것인데, 이는 부동산 투자에 기인한 측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가계부채를 줄이고 연착륙에 성공하려면 거시건전성 정책 측면에서 DSR 예외 대상 축소, LTV(담보인정비율) 수준별 차등 금리 적용, 만기일시상환 대출 가산금리 적용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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