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고문 받고 풀려난 美참전용사, 다시 우크라 돌아갔다
석방됐지만 재입국해 구호 활동
우크라이나 전쟁에 국제 의용군으로 참가했다가 러시아군의 포로가 돼 모진 고문을 받고 풀려난 미국인 참전 용사가 다시 우크라이나로 돌아갔다. 미국 ABC방송은 지난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의 포로로 잡혔다가 국제 교섭 끝에 석방된 앨릭스 드루키(41) 전 미 육군 중사가 우크라이나에 재입국해 구호 활동을 하고 있다고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인터뷰에 응한 드루키는 “우크라이나는 내게 제2의 고향”이라며 “이 전쟁의 종식을 원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제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각지에 구호 물자를 전달해 주는 자선 단체의 경호 역할로 봉사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다시 온 것이 기분 좋다”면서도 “싸우러 온 것은 아니다. 러시아와의 전선에 너무 가까이 가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드루키는 미 육군에서 12년간 복무하며 이라크에 2번 파병된 적 있는 참전 용사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두 달 후인 작년 4월 ‘이 전쟁이 얼마나 커질지 모르기 때문에 조기에 끝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 군사 훈련이나 구호 활동을 돕겠다며 우크라이나로 향했다. 그는 “반드시 전투에 참여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이 확실히 있다는 점은 이해하고 있었다”고 했다. 결국 전투 부대에 편성돼 러시아군과 싸우던 그는 작년 6월 우크라이나 북동부의 격전지 하르키우 인근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중 러시아군에 붙잡혔다. 깊은 숲 속에서 자신을 포위한 러시아군이무릎을 꿇게 하고 손을 묶은 뒤 머리에 자루를 씌웠다. 그는 “당시 즉결 처형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그를 심문 시설로 데려갔다.
석방되기까지 105일간 포로 생활을 한 드루키는 “영화에나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방식으로 고문을 당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또 다른 미국인 의용군과 함께 체포된 드루키가 ‘스파이’라고 생각해 더욱 가혹하게 대했고, 전기 고문과 구타를 당한 그는 갈비뼈가 골절됐다. 독방에 갇혀 상한 빵과 더러운 물로 연명하면서 그는 ‘이 상황 때문에 죽든지 그들(러시아군)이 나를 죽이든지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말하자니 우습지만 이미 이라크에서 얻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갖고 있는 것이 행운이었다.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어느 정도 지식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라크전 참전 경험을 토대로 포로 생활을 견디던 그는 작년 9월 석방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포로 교환을 하면서 영국, 스웨덴, 크로아티아, 모로코 출신 의용군 포로들과 함께 풀려난 것이다. 하지만 석방된 직후부터 그는 언론에 “우크라이나에 다시 돌아갈 것이다. 이번에는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돕기 위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미국 앨라배마주의 집으로 돌아가 건강을 회복한 후, 가족과 친구들의 우려에도 다시 우크라이나로 향했다.
이런 결심을 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드루키는 “러시아 감옥의 독방에 갇혀 죽기를 기다리며 자기 성찰을 할 시간이 아주 많았다. 나 자신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며 “내가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순간이 너무나 많았는데도 살아갈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를 얻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긍정적인 일을 하려고 하고, 그것이 우크라이나로 돌아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좋은 일을 하는 데 제 인생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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