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원 명품백 못 사도"···'스몰 럭셔리' 즐기는 2030
20대 직장인 A씨는 '작은 사치'를 즐기는 데 익숙하다. 비교적 고가의 프리미엄 '니치' 향수를 쓰고 립스틱도 누구나 알 만한 명품으로 구매한다.
1000만원을 넘나드는 명품 가방을 살 형편은 안 되지만, 20만원 안팎으로 누리는 이 정도의 '호사'는 감당할 만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 대비 만족감이 크다고 느낀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스몰 럭셔리'(Small luxury)의 확장세가 가파르다.
자신에게 아낌 없이 지출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의 '취향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시장 규모가 부쩍 커지는 추세다.
이러한 트렌드는 특히 뷰티 카테고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접근 가능한 가격 수준에 자신만의 가치와 취향,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상품 성격 때문이다.
16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6월 기준 럭셔리 화장품 카테고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가량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고급 색조화장품과 니치 향수 매출이 각각 25%, 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명품 매출 증가율(5%)의 4∼5배 수준이다.
현대백화점도 비슷한 추이를 보인다. 해당 기간 럭셔리 뷰티의 매출 신장률이 20.1%로 전체 명품 카테고리 매출 증가율(6.4%)을 크게 웃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샤넬, 디올 등 명품 화장품 브랜드의 니치 향수와 안티에이징, 고보습 등의 기능성 프리미엄 스킨케어 라인이 잘 나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유통하는 딥티크, 바이레도, 산타마리아노벨라, 에르메스, 메모파리 등 10개 인기 니치 향수 브랜드 역시 올해 상반기 32%의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니치 향수와 핸드케어, 립스틱 제품을 기준으로 분류한 한국의 뷰티 분야 스몰 럭셔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5억6700만달러(약 7326억원)로, 중국(20억4200만달러)에 이어 아시아 2위권이다.
3위인 일본(4억3300만달러)과도 비교적 격차가 크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성장률이 26%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았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 심리 악화 등으로 백화점 명품 매출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에서도 스몰 럭셔리 품목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꾸준히 이어가는 모양새다. '꼬리가 몸통을 견인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로모니터 관계자는 "명품 소유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진 게 온오프라인 명품 시장의 고른 성장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스몰 럭셔리 소비 트렌드는 패션 영역에서도 감지된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고프코어'(일상복으로 입는 아웃도어) 트렌드를 선도하는 '아크테릭스'는 일반 브랜드보다 월등히 높은 가격에도 일부 인기 상품을 중심으로 품절이 잦아 상품이 입고되는 날에는 대기 줄이 발생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고 한다.
요가복의 '샤넬'이라는 '룰루레몬' 역시 다소 비싼 가격임에도 편안한 착용감과 기능성 등으로 MZ세대 여성들에게 크게 인기를 끈다.
최근 하이볼 열풍과 맞물려 주류시장의 '핫템'이 된 위스키도 스몰 럭셔리의 한 품목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한국에서의 위스키 소비량은 전년 대비 46% 늘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가격에 상관 없이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취향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수요 증가 영향이 크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모건스탠리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의 위스키 붐은 명품 소비 증가에 더해져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을 1인당 최대 명품 소비국으로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무역센터점에서 진행한 위스키·와인 박람회에서 불과 일주일 만에 3억8천만원의 매출고를 올렸다. 1병당 100만원 안팎에 이르는 고가에도 일부 품목의 품귀 현상도 빚어졌다.
김주리 기자 rainbow@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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