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불륜 입증할 통화내역 제출 거부 못한다

양은경 기자 2023. 7. 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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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판결] 대법 “민사 재판에도 제출해야”
서울시내 한 휴대폰 대리점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뉴시스

통신사가 민사소송에서도 가입자의 통화 내역을 제출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7일 SK텔레콤이 문서 제출 명령 불이행에 따른 법원의 과태료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재항고를 기각했다.

이 사건은 2016년 한 부부의 이혼 소송에서 시작됐다. 1심 재판부는 SK텔레콤에 남편의 불륜을 입증할 증거로 통화 내역을 제출하라고 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통화 내역 자료 제공은 통신비밀보호법상 협조 의무로 규정돼 있지 않고 압수 수색 영장이 있어야만 제공이 가능하다”며 거부했고, 법원은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SK텔레콤은 이의신청과 즉시항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통신사가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을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조항을 들어 거부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통비법에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통신 사실 확인 자료(통화 내역)을 제공할 수 있다는 조항은 있지만 민사소송법 관련 규정은 없다. 반면 민사소송법에는 법원이 제3자에게 문서 제출 명령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대법원은 “통신 사실 확인 자료는 (민사소송법상) 문서 제출 명령의 대상이 되며 전기통신사업자는 통비법 조항을 들어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했다. 민사 법원이 엄격한 절차를 거쳐 내리는 문서 제출 명령에 의해 통화 내역이 제공될 수 있다고 해석해도 통비법의 입법 목적에 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법원이 통화 내역에 대해 문서 제출 명령을 내릴 때 통신의 비밀과 신속한 재판 필요성을 비교해 판단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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