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흑해곡물협정 사실상 종료 선언… ‘식량 무기화’ 행보 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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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에도 흑해를 통해 밀, 옥수수 등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수출하는 선박의 안전을 보장했던 '흑해 곡물 수출협정'의 사실상 종료를 선언했다.
서방에 대러시아 제재 해제 등을 요구하며 전 세계 곡물가격 상승과 식량 위기를 부를 수 있는 '식량 무기화' 행보를 다시 시작한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터키)의 중재로 흑해에서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120일짜리 흑해 곡물 협정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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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 관련 사항이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흑해 곡물 협정이 효력을 잃었다”며 “오늘부터 협정은 무효”라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터키)의 중재로 흑해에서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120일짜리 흑해 곡물 협정을 맺었다. 협정 체결 후 세계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곡물을 공급할 수 있었다. 농산물값 상승이 이끄는 인플레이션을 뜻하는 ‘애그플레이션’ 현상 또한 최악으로 치닫지 않았다. 5월 17일 3번째로 협정이 연장된 뒤 18일 0시 기한 만료를 앞두고 러시아가 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다만 크렘린궁은 “협정에서 러시아와 관련된 부분이 충족된다면 즉각 협정 실행으로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그간 연장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의 제재로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산 농산물의 수출 재개,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러시아산 비료 수송관의 가동 재개 등을 요구해 왔다.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풀어준다면 그때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다시 보장하겠다는 뜻이다.
모스크바타임스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5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 협정은) 러시아의 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간 협정의 주요 목표 또한 달성되지 않았다”며 연장 거부로 가닥을 잡은 바 있다.
러시아의 협정 종료 선언에 앞서 17일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유일한 다리이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주요 물자를 수송하는 통로인 ‘크림대교’에서 폭발이 발생해 최소 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승용차를 타고 이 다리를 건너던 러시아인 부부가 숨졌고 그들의 딸은 부상을 입었다고 BBC가 보도했다.
러시아 반테러위원회(NAC)는 성명에서 “크림대교가 2대의 우크라이나 수중 드론에 공격당했다”며서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이 이번 공격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텔레그램에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미국과 영국의 특수기관의 참여 하에 우크라이나가 이번 공격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푸틴 대통령은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해 크림대교를 건설했다. 2018년 개통 행사 당시 직접 트럭을 몰고 다리를 건너는 퍼포먼스를 펼쳐 ‘푸틴의 자존심’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크림대교 공격 사건에 대해 보고받은 뒤 교량 복구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크림대교에 대해 벌어진 공격은 흑해 곡물 협정 종료와 무관하다고도 밝혔다.
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
김보라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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