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도덕경찰 다시 투입…이란 ‘히잡 미착용’ 단속 재개
이란 당국이 여성들의 히잡 착용 여부를 단속하는 도덕경찰을 거리에 재투입했다는 보도가 16일(현지시간) 나왔다. 지난해 9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끌려간 뒤 의문사한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 사건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사이드 몬타제르 알메흐디 이란 경찰청 대변인은 이날 “도덕경찰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에 대한 단속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수도 테헤란에선 도덕경찰이 거리를 순찰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AP는 전했다. 도덕경찰은 전날 배우 모하마드 사데기의 집을 급습해 그를 체포하기도 했다. 앞서 사데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도덕경찰이 한 여성을 붙잡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유하며 “내가 그런 장면을 본다면 살인을 저지를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란 유력 매체인 함샤흐리는 “경찰에 대항해 무기를 사용하도록 부추긴 혐의가 적용됐다”고 보도했다.
이란 당국은 지난해 9월 아미니 사망을 계기로 ‘히잡 시위’가 전역으로 번지자 도덕경찰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특히 올해 초 500명 이상의 시위 참가자가 사망하고 2만명 이상이 붙잡히는 등 시위를 대규모로 진압한 이후엔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도덕경찰 조직이 해체됐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당국은 해당 보도를 부인했지만, 테헤란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이 목격되는 등 분위기가 바뀌었다. 하지만 이란 당국은 “규정은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결국 도덕경찰 재투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신정국가인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히잡 미착용을 비롯한 가벼운 복장을 ‘서방의 퇴폐 문화’로 간주하고 단속해왔다.
도덕경찰이 한동안 자취를 감춘 지난 10개월여 동안에도 히잡 시위를 주도한 이란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공격은 계속돼왔다. 이란 정부는 히잡 착용 규정 위반자를 식별해내기 위해 폐쇄회로(CC)TV 등 감시도구를 적극 활용해 히잡을 느슨하게 쓴 여성들을 손님으로 받은 카페, 레스토랑, 쇼핑센터 등에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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