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로수 가치, 돈으로 따지면?…연간 효자로 265만원, 신사동 96만원

시민조사단, 동네별 조사
CO2 흡수량, 효자로 최다
“가로수 유지·관리 힘써야”

지난 15일 서울 중구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 가로수 시민조사단의 활동결과 공유회가 열렸다. 서울환경연합이 모집한 80여명의 시민조사단은 지난 4월부터 두 달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서대문구 연세로·성산로, 종로구 효자로, 노원구 동일로 일대의 가로수 1011그루의 상태를 조사했다.

수집 데이터가 표현된 지도를 보면 동네별 가로수의 특징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성산로에는 양버즘나무가 많고, 신사동 가로수길에는 은행나무가 압도적으로 많다. 효자로의 나무들은 가지 상태가 대부분 양호한 반면, 성산로에는 가지가 심하게 잘린 나무가 많다. 동일로 은행나무들은 높이가 10ｍ 이상이지만 신사동 가로수길에는 그보다 키가 작은 은행나무가 대부분이다.

지역별 가로수의 이산화탄소 흡수량도 측정됐다. 이날 국립산림과학원 박찬열 연구관은 시민들이 조사한 데이터를 토대로 4개 지역 가로수의 탄소 흡수량과 경제적 가치를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박 연구관에 따르면 연간 헥타르(㏊)당 가로수의 탄소 흡수량은 효자로 0.964t, 연세로·성산로 0.607t, 신사동 0.504t, 노원구 0.438t에 달한다.

가로수로 인한 대기오염물질 저감과 탄소 흡수, 홍수 저감 등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도 있다. 가로수의 ㏊당 연간 경제적 가치는 노원구는 약 219만원, 효자로 약 265만원, 연세로·성산로 약 104만원, 신사동 약 96만원 수준이다.

박 연구관은 “도시 숲에 있어서 조성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가로수의 유지·관리에 힘써야 한다”면서 “가로수 시민조사단은 유지·관리를 시민들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방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조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나무가 도시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노원구 조사에 참여한 김향희씨는 “세로로 된 교통안내 표지판을 철사로 매달고 있는 모습도 봤다”면서 “정책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행정에서 먼저 나서기 어렵다면 시민들이 기초데이터를 계속 쌓아나가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조사단 활동은 도시 환경과 나무를 바라보는 색다른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