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장관 ‘자녀 입시비리 공모’ 항소심 첫날…“낮은 자세로 소명” 1심보다 차분
자신의 직업을 ‘작가’로 소개
“왕성한 사회활동 하던 시기
자녀 일에 관여한 증거 없어”
17일 오후 1시30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 갈색 SUV 차량이 멈춰섰다. 운전석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내렸다.
조 전 장관이 법원에 온 건 지난 2월 1심에서 입시비리·감찰무마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후 다섯 달 만이다.
조 전 장관은 서울대에서 파면됐고 아들은 석사 학위를 반납했다. 떳떳함을 주장하던 딸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소송을 취하하고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 전 장관이 기소된 지 3년 반이 되어가는 시점에 검찰은 딸 조민씨 기소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공범인 조 전 장관과 배우자 정경심 전 교수가 항소심에서 밝힐 입장까지 고려하겠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의 항소심 첫 공판은 이렇게 주목을 받으며 이날 시작됐다.
“정경심 교수의 유죄가 대법원에서 확정된 후 당사자와 가족들은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아비로서 가슴이 아팠지만 원점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는 (자식들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항소심에서 보다 낮은 자세로 진솔한 소명을 하겠습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김우수) 심리로 첫 공판이 시작되자 조 전 장관은 자신의 직업을 “작가”라고 소개했다. 자녀의 입시비리 공모 혐의에 대해서는 1심처럼 부인하는 입장을 유지했다.
조 전 장관 변호인은 딸 조민씨의 서울대 의전원 관련 입시비리 혐의에 대해 “조 전 장관이 공범 성립에 필요할 정도로 허위에 대한 인식을 가질 수 있었는지 다시 평가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생업에 종사하고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던 조 전 장관이 조민의 활동 일거수일투족을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아들 조원씨와 관련된 입시비리 혐의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조원씨가 허위로 작성된 서울대 인턴 증명서 등을 고려대·연세대 대학원,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입시 과정에 제출한 시기는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일하던 때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관여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딸 입시비리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고 복역 중인 정 전 교수는 이날 재판 시작 5분 전쯤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들어섰다. 조 전 장관과 마주하자 고개 숙여 인사를 나눴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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