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성적으로 제주생활 즐기기 [책방지기의 서가]
편집자주
'문송하다'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건 인문학적 교양입니다. '문송'의 세계에서 인문학의 보루로 남은 동네책방 주인들이 독자들에게 한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9년 전 아이를 제주에서 키우고 싶어 제주로 이주했다.
제주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책을 찾았다. 알려주는 지인도 없고 정보를 나눌 모임이나 사이트가 없어서 내게 고마운 정보 제공자인 책을 찾아 공부했다. 처음 '리얼제주 iiin'이라는 잡지를 보며 제주의 숨은 매력을 알게 되었고, 그곳을 탐방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다음이 '제주에서 크는 아이(김유경·장천·2015)'였다. 아이들을 데리고 제주로 몰려드는 이주 바람이 극절정이던 시기에 제주 토박이인 김유경 작가가 제주 교육의 실태를 이야기해주는 내용이다.
자연을 선물하고 싶어 무작정 제주로 이주해서 제주 서쪽 시골 마을에 카페를 오픈했다. 구멍가게 하나 없던 곳에 카페를 오픈하니 다들 제정신 아닌 사람처럼 보았으리라 싶다. 시골에서 가게를 연다면 다른 걸 팔지 로스터리 카페가 웬 말인가! 한술 더 떠서 제주 시내도 아닌 중산간 시골 마을에, 애들도 별로 없는 곳에 그림책방을 연다고 하니 장사의 일도 모르는 사람들이라 생각되었으리라. 그래도 그냥 그렇게 했다. 처음 제주 왔을 때 제주 토박이들 말을 도통 알아듣지도 못하고, 제주 시골 문화도 낯설고, 심지어 제주의 날씨에 적응하기도 힘들었다.
이제 이주 9년 차가 되니 제주를 좀 알 거 같은 생각이 들지만, '제주살이 능력고사 예상 문제집(랄라고고·픽제주·2022)'을 만나는 순간 내가 아는 제주는 빙산의 일각이었구나 싶었다. 여행자였다가 생활자가 된 이주민이 소개하는, 진짜 제주를 살면서 제주를 재밌고 쉽게 이해하고 제주살이에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담은, 몸으로 경험한 '제주에 대한 상식'을 담은 문제집이다. 처음 이 책을 본 순간 '문제집같이 생겼네?' '뭐야! 진짜 문제집이네!'라는 생각에 순간 거부감이 들었다. 학교 다닐 때 봤던 그 지긋지긋한 문제집이다. 심지어 제주살이 능력고사 시험을 준비하는 예상 문제집이다.
1교시 사회·생활·문화, 2교시 자연·환경·활동, 3교시 언어, 4교시 산업·경제, 5교시 역사·신화·지리 총 150문항의 문제와 해설이 실려 있는데 정말 알차게도 묶어두었다. "제주에 살고 있거나, 제주살이를 꿈꾸는 잠재 이웃들에게 우리의 제주살이 경험을 조금씩 모아 전하면 어떨까? 우리의 소박한 제주살이 팁이 이 낯선 공간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기획했다고 한다. 제주 이주 N년 차들이 문제를 출제하고, 토박이 전문가가 감수했다.
제주 이주 초기인 주니어 도민에게는 낯설 수 있는 일상의 공간을 쉽고 재밌게 이해하도록 돕고, 제주 토박이나 이주 안정기인 시니어 도민에게는 후배들의 제주살이를 응원하게 하고, 제주살이나 여행을 준비 중인 사람들에게는 제주에 머무는 동안 제주를 '우리 동네, 내 동네'라고 생각하게 하면 좋겠다며 각 문항에 대한 정답과 정착 주민 시점 설명 자료를 더해 제주살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제주 여행객, 이주 예정자들이 알아두면 좋을 문제와 설명도 눈에 띈다. 제주 5일장에 대한 설명을 묻는 문항 해설지엔 제주 5일장 정보를 싣거나 제주 전통 가옥에서 대문 역할을 하는 '정낭'의 상황별 의미, 제주 장례 문화 등에 대한 문제와 해설도 곁들였다. 가볍게 '재미'에서 출발했지만, 출제하고 해설지를 준비해 책으로 엮다 보니 구술 채록, 논문, 통계 자료까지 들여다보며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문제집만 있는 게 아니라 실제 제주살이 능력고사 시험은 온·오프라인으로 있다. 오프라인 시험은 월 1회 매달 첫째 주 토요일 제주관광공사에서 진행되며, 온라인 시험은 언제든 수시로 참여할 수 있다. 시험 후 70점 이상을 받은 수험생은 제주살이 능력자 합격증(모바일 인증서)이 발급되는데, 합격증을 소지하고 도내 협업기업에 방문하면 할인이나 기념품 수령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제주에 살면서도 생각보다 제주를 잘 모르고 살고 있다. 나는 제주살이 능력고사 시험에서 몇 점이나 받을 수 있을까? 물어보니 제주 토박이도 70점을 넘기 힘들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우리 지역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다행히 시험에서 점수가 낮다고 이주 박탈이나 퇴출하지는 않는다. 그저 제주를 좀 더 알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제주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에게 꼭 읽어 보시길 권한다.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다리 공사 한다고 미호강 강폭 확장사업 3년간 중단
- 스트레스 풀려고 복싱 시작...한국챔피언 된 대학병원 의사
- 폭우로 예천서 '나는 자연인이다' 출연자 실종... 아내는 사망
- [단독] 아내 때리고 바다에 빠뜨린 남편… '완전범죄' 잡아낸 젊은 검사들
- "가해자 취급 K팝 탈덕"...'속옷검사' 인권 침해 논란
- 블랙핑크 제니, 직접 밝힌 부상 고충…번아웃 고백까지
- 바다로 밀고 돌 던져 아내 살해 후 사고사 위장한 남편
- 나체 사진 협박…연 4000% 고리 뜯은 불법 대부업 조직 적발
- 쌍둥이 낳은 아빠 휴가, 공무원만 늘리더니... 부랴부랴 민간도
- 단순 두통·어지럼에 찍은 MRI, 10월부터 건보 적용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