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실업급여 OECD 자료 취사선택…요점 ‘보장 확대’는 무시
노동부 장관 ‘최저임금 역전’만 언급…개편 겨냥 아전인수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4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전체회의에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지난해 9월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실업급여) 하한액이 최저임금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소득보다 높은 ‘역전’에 대해 개선하라고 권고했다”고 말했다. 당정은 이 역전 현상 비율이 28%에 달하기 때문에 하한액을 폐지하거나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 장관이 언급한 ‘2022 한국경제 보고서’는 OECD가 2년 주기로 회원국들의 경제 동향·정책을 평가한 뒤 권고사항을 담아 발간하는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는 한국의 실업급여 하한액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줄여야 하며 실업급여 수급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권고도 있다. 정부가 OECD 보고서에서 필요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인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를 보면 OECD는 한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실업급여 하한액이 높아 근로유인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짚고 있다. 이 장관이 환노위에서 언급한 대목이다. 하지만 이는 보고서 전체 내용 중 일부다.
보고서는 우선 노동시장 참여자 중 절반가량이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다고 소개하면서 보장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가입률이 낮은 이유는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 등 비임금 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또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의 보장 수준이 취약하다고 짚었다. 2021년 도입된 국민취업지원제도는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려는 청년, 장기 구직자, 경력단절여성 등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에게 취업과 생계 지원을 함께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보고서는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월 소득 지원금은 평균임금의 14%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다른 OECD 회원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고 실업급여 하한액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OECD에서 가장 큰 격차”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는 것뿐 아니라 국제기준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실업급여 최대 수급기간(270일)을 늘리고, 실업급여 상한액을 높이는 것도 권고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OECD가 실업급여 하한액과 최저임금 노동자 소득 간 역전현상을 일반화한 것은 잘못된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OECD는 한국 실업급여의 순소득대체율이 100%를 웃돈다고 계산했다. 이는 실제 통계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표준 노동자(40세, 단신가구, 근속 10년, 최저임금 사업장)를 가정해 취업 시 세후 순소득 대비 실직 시 실업급여액으로 계산한 것이다. 하지만 가구 유형에 따라 최저임금 노동자의 실직 시 순소득대체율이 100%를 넘지 않는 예도 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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