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아직" 구하러 간 아빠도 참변…집 덮친 토사 뒤엔 불법 벌목

17일 오전 경북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 집중호우 피해지역에 주택이 처참하게 부서져 있다. 지난 15일 오전 7시30분쯤 인근 산에서 쏟아진 토사가 주택을 덮쳐 가족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뉴스1

산사태가 발생한 경북 영주시에서 20대 딸과 그를 구하려던 60대 아버지가 토사에 휩쓸린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산림청은 뒷산에 나무가 없어 토사가 대량 유실됐다는 추정을 내놨는데, 3년 전 이 지역 땅 소유주가 불법으로 나무를 베어 처벌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17일 뉴스1·뉴시스에 따르면 지난 16일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주택이 매몰돼 김모씨(67)와 그의 첫째 딸(25)이 변을 당했다.

사고 당시 아버지 김씨가 큰딸이 자고 있던 방으로 가 딸을 구하려 했지만 집 안에 흙이 쌓여 문이 안 열렸으며 토사가 덮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부지방산림청은 마을 뒷산 4개 필지에서 토사가 대량 유실돼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완충 역할을 해야 했을 나무가 없어 토사가 쉽게 쓸어내려 왔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런 가운데 3년 전 이 지역에서 토지 주인이 불법으로 나무 236그루를 대거 베어내 처벌받은 사실이 전해졌다.

2019년까지만 해도 수목이 우거져 있었으나 벌목 후 토지 주인이 무단으로 형질을 변경했다는 것. 해당 지역은 국립공원관리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자연공원법상 토지 형질을 변경하려면 공원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2020년 3월 소백산국립공원관리소가 토지 주인을 자연공원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했다. 토지 주인은 2021년 8월 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