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의원 인선 개입”… 건설협회 경기도회 이면합의 의혹
“진실 밝혀라” 회원들 커지는 목소리... 당사자들 “말도 안돼” 일축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의 전·현직 회장이 본회에 추천할 대의원 인선을 놓고 이면 합의를 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전 회장과 가까운 회원들을 대의원으로 임명하는 조건으로 전 회장이 현 회장의 선거를 도와줬다는 것인데, 일부 회원들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각서를 전·현직 회장이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새로 추천된 대의원에 특정 모임 회원들이 집중적으로 들어가 있는 것은 물론 ‘무등급’ 업체들도 다수 포함돼 있는 등 경기도회를 대표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전·현직 회장 모두 각서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일축하고 있지만, 진실을 밝히라는 회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17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건설협회 경기도회 회원사들 사이에선 지난달 26일 취임한 황근순 신임 회장(24대)과 하용환 전임회장(22·23대)이 건설협회 본회 대의원 인선 권한을 하 전 회장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이 담긴 이면 각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황 회장은 지난 2월 실시된 건설협회 경기도회 24대 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선출됐는데, 선거 4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황 회장이 각서를 작성하는 조건으로 선거에서 하 회장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이후 건설협회 경기도회 대의원 명단은 신임 황 회장이 취임하기 직전인 지난달 23일 작성돼 본회에 통보됐다. 이를 놓고 경기도회 회원들은 이미 신임 회장이 선출돼 있는 상황에서 임기를 며칠 남겨 놓지 않은 회장이 대의원을 선임해 본회에 통보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본회에 통보된 대의원 명단에 전임 하 회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경기일보가 입수한 대의원 명단을 살펴보면 경기도회에서 본회에 추천한 대의원은 총 24명이며 이 중 당연직으로 대의원에 임명되는 회장·회원이사·회원감사 등 5명을 제외한 19명 중 13명이 ‘햇님회’라는 모임에서 활동 중인 회원이다.
지난 2019년 결성된 햇님회는 건설협회 경기도회 회원들이 활동하는 사교모임으로, 회원들 사이에서는 당시 경기도회 회장이었던 하용환 회장과 매우 밀접한 인사들로 구성된 모임으로 알려져 있다.
또 24명의 대의원 중 8명의 대의원은 ‘무등급’ 업체 대표인 것으로 확인, 2천100여개에 달하는 경기도 건설협회 회원사를 대표하는 대의원이 30% 가량 무등급 건설사로 구성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건설협회 경기도회 한 회원은 “대의원이라는 것은 경기도회를 대표하는 회원들인데, 특정 모임 회원들이 집중돼 있는 것과 3분의 1가량이 무등급 건설사로 구성된 이유에 대해 협회의 적절한 설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전·현직 회장 간 작성했다고 의혹이 일고 있는 ‘각서’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하용환 전 회장은 “최근 항간에서 흘러나오는 이면 합의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대의원에 임명되지 못한 회원들의 억지 주장일 뿐”이라며 “임명권은 지난 2월 총회에서 황 신임 회장에게 모두 일임했다”고 말했다.
황근순 회장은 “처음 회장을 역임하다 보니 대의원 임명 과정에서 전임 회장에게 자문을 구한 것은 맞지만 각서를 작성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회사의 규모를 떠나 성품이 훌륭한 분들을 대의원으로 임명하다 보니 무등급 건설사도 대의원에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건설협회 경기도회 둘러싼 논쟁, 무엇이 문제인가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대의원 인사권에 대한 전·현직 회장 간의 거래 여부다.
특히, 이번 대의원이 중요한 이유는 오는 12월 예정된 대한건설협회 회장 선거 투표권을 갖기 때문이다. 140여명의 전국 대의원 중 경기도에서만 24명의 대의원이 투표권을 갖고 있어, 특정인에 경기도표가 집중될 경우 선거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 회원들의 분석이다.
■ 3명 중 1명은 ‘무등급 대의원’…형평성에 맞나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건설협회 경기도회의 회원사는 총 2천100여개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도내 회원사들을 대표해 대의원 24명이 본회에서 활동하는 것인데, 이 중 30%인 8명이 등급 대상공사에서 ‘무등급’인 업체를 이끄는 대표다.
건설협회 회원사들은 1년에 한 번 내는 ‘기본회비’와 매년 도급하거나 시공한 공사금의 일정 비율을 ‘통상회비’로 납부한다. 도급 순위와 등급이 높은 업체들이 더 많은 회비를 납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에 회원들 사이에서는 회비를 많이 내는 높은 등급의 건설사 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회비를 내는 무등급 건설사들이 이처럼 많이 대의원에 포함 된 것을 놓고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 ‘햇님회’라는 사교 모임…실체는 무엇?
경기일보가 입수한 대의원 명단을 살펴보면 건설협회 대의원 총 24명 중 회장 등 당연직 5명을 제외한 19명에서 햇님회 소속 인원은 13명으로 약 69%를 차지한다. 여기서 햇님회는 지난 2019년 하용환 전 경기도회장이 재임할 당시 설립, 건설 관련 스터디 모임으로 시작한 일종의 사교 모임이다.
이 때문에 일부 회원들은 하 전 회장이 햇님회 회원을 다수 대의원으로 포함시켜 건설협회 본회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전국의 16개 건설협회 시도회에서 추천된 약 140명의 본회 대의원들은 오는 12월 예정된 대한건설협회 회장 선임 등을 포함해 실질적인 본회 사무의 ‘중대사’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대의원의 수는 전체 대의원의 5분의 1을 차지해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하용환 전 회장은 “햇님회는 등산 모임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본회 회장을 염두에 두고 입맛에 맞는 회장을 뽑으려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밝혔다
■ 황근순 회장, 당선 5개월째 부회장 인선도 못해
이런 가운데 황근순 현 회장이 경기도회 부회장 등의 대표회원 인선을 아직까지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 취임한 황 회장은 취임 4개월 전인 올해 2월 이미 신임 회장으로 선출돼 대표회원을 인선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아직 감사를 제외한 부회장 등 대표회원을 임명하지 못했다.
반면, 건설협회 서울시회의 경우 최태진 신임 회장이 황 회장보다 한 달 가량 늦게 선출됐지만, 부회장 등 인선을 마무리해 이번 달 안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처럼 경기도회 부회장 및 대표회원 인선이 이례적으로 늦어지면서 회원들 사이에서는 하 전 회장과의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아 인선을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황근순 회장은 “유능한 분을 부회장으로 모시기 위해 숙고하고 있을 뿐 다른 이유는 전혀 없다”며 “기존 4명이었던 부회장단을 확대하려고 생각 중이며 적절한 분들을 모실 수 있도록 노력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중취재반
이호준 기자 hojun@kyeonggi.com
김정규 기자 kyu5150@kyeonggi.com
이은진 기자 ej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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