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민심 둑 터질라…현장 간 윤 대통령 “저도 어이가 없다”

유설희·박광연 기자 2023. 7. 1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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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직후 중대본 회의 주재
예천 산사태 피해 지역 방문
김기현 “지위고하 막론 문책”
국조실, 오송 참사 감찰 착수
산사태 현장 둘러보는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폭우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한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윤석열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수해 현장을 찾았다. 수해로 인명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귀국 일정을 연기하고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것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자 부랴부랴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녹색 민방위복을 입은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30분쯤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폭우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복구 작업과 재난 피해에 대한 지원 역시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 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해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공직자들에게도 “국민의 안전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집중호우가 올 때 사무실에 앉아만 있지 말고 현장에 나가 상황을 둘러보고 미리미리 대처해달라”고 했다. “앞으로 이런 기상이변은 일상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상, 이러한 기후 변화의 상황을 이제 우리가 늘 있는 것으로 알고 대처를 해야지, 이것을 이상 현상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인식은 완전히 뜯어고쳐야 된다”고도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의 산사태 피해 현장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이재민 임시거주시설로 쓰이고 있는 노인복지회관을 방문, 주민 한 명 한 명 손을 잡고 “얼마나 놀라셨어요”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저도 어이가 없다”며 “저는 해외에서 산사태 소식을 듣고 그냥 주택 뒤에 있는 그런 산들이 무너져갖고 민가를 덮친 모양이라고 이렇게만 생각했지, 몇백톤 바위가 산에서 굴러 내려올 정도로 이런 것은 저도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 봤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다 복구해드리고 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홍수 등 피해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귀국 일정을 연기하고 우크라이나를 찾은 것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자 민심 수습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지난 16일(현지시간) 폴란드 현지에서 “한국 대통령이 당장 서울로 뛰어가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는 입장”이라고 한 것을 두고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순방 중 명품 매장을 방문한 것도 여론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출국 전 여러 차례 사전대비를 철저히 하고 특히 저지대 주민들을 미리 대피시키라는 구체적 지침을 내린 바가 있다”며 “정부가 그 지침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는 어느 정도 단계가 지나면 한번 점검할 기회가 있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충남 공주시·청양군,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등 수해 사고 현장을 찾았다. 김 대표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들의 빈소가 차려진 청주의 한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한 뒤 “진상을 확실하게 규명해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국무조정실은 이날 집중호우로 발생한 청주시 오송읍 궁평 2지하차도 사망사고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소방 등을 상대로 전방위적 감찰에 착수했다. 사전에 통제 요구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책임을 묻는다는 취지다. 국조실은 “모든 관련 기관이 예외 없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했다.

유설희·박광연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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