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고 해도 말릴 폭우에…"막힌 길 없다" 환불 거절한 펜션

16일 오후 충남 공주시 금강철교에서 바라본 수변공원이 집중 호우로 인해 물에 잠긴 채 일부 시설물의 모습만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폭우로 예약했던 펜션을 갈 수 없게 돼 환불을 요구했지만 업주가 '천재지변'이 아니라며 이를 거절했다는 사연이 전해져 논란이다.

지난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충남 펜션 호우 재난 사태에 환불 불가라는 업주'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이런 일은 처음이라 조언을 구한다"며 자신이 겪은 사연을 전했다. 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5일 충남 공주의 한 펜션을 지인과 함께 이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상 악화에 이동이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 이용 전날 펜션 업주 B씨에 연락해 환불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자 B씨는 펜션 규정을 언급하며 환불을 거절했다. 대신 이용 당일 천재지변으로 못 오게 되면 그때 다시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당일 재난 문자가 10개 이상 오고 홍수경보, 침수로 인한 주민대피, 공주대교, 마치고 개길 등 교통 통제 이상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환불은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 이날 공주 지역에는 이틀 새 500여㎜의 물 폭탄이 쏟아졌다. 공주 옥룡동, 금성동 등 곳곳이 물에 잠겨 50대 주민 1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대피했다.

A씨는 "펜션 사장이 '본인 펜션에 오는 길은 막힌 곳이 없으니 올 수 있다. 천재지변이 아니라서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더라"며 "이해가 안 돼 법적으로 확인해보겠다고 하니 '알아서 하라'며 전화를 그냥 끊었다"고 황당해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A씨는 B씨로부터 받은 문자도 공개했다. 문자에는 "(펜션으로 오는) 모든 방향 정상 진입이 가능하니 펜션 이용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그리고 자꾸 천재지변을 말하는데 정부에서 보내는 문자는 안전에 유의하라는 안전 문자다"라고 적혀 있다.

A씨는 "정부에서 보낸 문자를 '안전에 유의하라고만 하는 것'이라고 하는 업주는 처음 본다"며 "목숨을 책임져 줄 것도 아니면서"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누리꾼들은 "오늘만 장사하고 말건가 너무한 거 같네요", "제가 공주 사는데 지금 시내 지역 침수로 아주 위험한 상황이다", "온다고 해도 말려야 할 판인데 장사 막 하네" 등 반응을 보였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