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수문 열자는 민원, 결국 안 들어…농사 망쳐 생계 어쩌나”
충남 논산시 성동면
논산천·금강 제방 일부 붕괴
하우스 등 주택·농경지 피해
주민 “이달 말 수확 예정인데”
추가 호우 예보에 불안 가중
“(금강에서 논산천으로 이어지는) 수문을 열어야 한다고 숱하게 민원을 넣었지만 결국 열리지 않았고 제방이 붕괴됐어요. 밭에 물이 차 농사를 다 망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요.”(김대수씨·38)
17일 오전 충남 논산시 성동면 원봉리 원봉초등학교 강당. 전날 논산천 제방 일부가 무너진 뒤 당국이 주민들을 위해 지정한 대피소다. 제방 붕괴 이후 526명(386가구)의 이재민이 이 학교와 성동초등학교 등 대피소 42곳으로 긴급 대피했다.
무너진 둑 인근에서 사는 김씨는 “전날 오전 둑이 무너지기 전에 수위가 너무 높아져 한국농어촌공사에 ‘수문을 열어야 한다’는 민원을 여러 차례 제기했고 ‘처리하겠다’는 답까지 들었지만 수문은 열려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물이 한정된 공간에 계속 갇혀 있다 보니 물의 압력이 둑을 감싸고 있는 지반을 약하게 만들어 둑이 터진 것으로 보인다”며 “배수만 잘됐더라도 둑이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방 붕괴 이후 물이 마을로 흘러들면서 하우스 등 주택·농경지·농업시설 등이 물에 잠겼다. 김씨는 “상추·호박·고추 등을 키워왔는데, 둑이 무너지면서 하우스와 작물이 모두 물에 잠겼다”면서 “이달 말 수확할 예정이던 모든 작물은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우스 수리비를 빼고 작물 피해액만 2억원에 달할 것으로 그는 추산했다.
성동초등학교 강당에서는 이재민 10여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폭우 피해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재민 대부분은 빗줄기가 잦아들자 집이나 농경지 상황을 살피기 위해 잠시 대피소를 떠난 상황이었다. 성동면사무소에서 파견 나온 직원은 “오늘 저녁부터 다시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 있는 만큼 이재민은 오후에 다시 대피소로 돌아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물에 잠긴 논산천 일대는 애초 하우스가 어디에 있었는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농경지로 흘러든 물은 이날도 아직 빠지지 않은 상태였다.
김모씨(90대)는 “둑이 무너졌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현장 상황이 심각하다.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했길래 둑이 무너졌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논산에서는 성동면 우곤리 금강 제방도 무너졌다. 이날 두 제방에서는 복구공사가 한창이었다. 당국은 굴착기 8대와 덤프트럭 22대 등을 투입해 2개 제방에 대한 긴급 복구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폭우로 논산에서만 1400농가의 논과 밭, 하우스 등 577.74㏊에서 키우던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다. 공공시설 379곳과 사유시설 224곳 등 603곳도 침수 등의 피해를 봤다. 논산 지역에는 비가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394.8㎜ 내렸다. 금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논산대교와 황산대교에는 홍수경보가 내려져 있다.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기상청은 비구름대가 북동진하면서 17일 오후부터 19일 사이에 논산·청양 등 이미 많은 비가 내린 지역을 중심으로 시간당 80㎜ 내외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등 추가로 최대 250㎜ 이상의 물폭탄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반론보도문]“수문 열자는 민원, 결국 안 들어…농사 망쳐 생계 어쩌나” 등 관련
본보는 <경향신문> 7월 18일자 보도 <“수문 열자는 민원, 결국 안 들어…농사 망쳐 생계 어쩌나”> 및 <인터넷 경향신문> 17일자 보도 <“수문만 열었어도 붕괴 막았을 텐데…1년 농사 망해 생계 막막”>, <“수문 열자는 민원, 결국 안 들어…농사 망쳐 생계 어쩌나”> 제목 보도에서 한국농어촌공사 논산지사가 수문관리를 잘못하여 논산천 제방붕괴를 초래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 논산지사는 해당 하천 및 하천 수문의 관리 주체도 아니며, 논산천 제방 붕괴 전까지 농경지의 침수 예방을 위하여 배수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였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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