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생사’ 다툴 때…당국은 ‘책임 돌리기’

이삭·김세훈·박용필 기자 2023. 7. 1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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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차량…시신 5구 추가 수습, 14명 사망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17일 폭우로 침수돼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 견인된 침수차량을 조사하고 있다. 밤샘 수색작업 등을 통해 시신 5구가 추가로 수습돼 지하차도 사망자는 모두 14명으로 늘었다. 청주 | 권도현 기자
오송 지하차도 침수 원인 지목
‘미호강 범람’ 당시 상황 대응
소방, 참사 50분 전 신고 접수
청주시는 충북도에 전파 안 해
행복도시청 등 책임 회피 ‘급급’

14명이 숨진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이번 참사를 두고 충북도와 청주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 관계당국은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이다.

충북소방본부는 17일 수색작업을 통해 지하차도에서 실종신고가 접수된 12명 중 마지막 실종자를 포함해 시신 5구를 추가로 수습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번 참사의 사망자는 14명으로 늘어났다. 참사 당시 지하차도 내부에 고립된 차량은 모두 17대로 파악됐다.

충북도와 소방당국은 행복청이 진행하는 미호천(강)교 신설 공사의 제방 붕괴를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하차도에서 300~400m 정도 떨어진 제방이 무너지면서 미호강이 범람해 흙탕물이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왔다는 것이다.

행복청은 오송읍 궁평리~강내면 탑연리 1.2㎞ 구간을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행복청은 장마를 앞둔 지난 6월29일~7월7일 임시제방을 쌓았다. 공사 현장 인근 주민들은 행복청이 공사 과정에서 제방을 모래 등으로 부실하게 쌓아 이번 참사가 발생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궁평리 주민 양모씨(79)는 “단단히 쌓아야 하는데 모래로 제방을 쌓았다. 문제가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미호강 범람 위기에도 도로를 제때 통제하지 못해 사고를 키운 충북도와 청주시는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청주 흥덕구는 참사 당일인 지난 15일 오전 6시30분쯤 금강홍수통제소로부터 ‘미호천교가 심각 단계에 도달했다. 계획홍수위(제방이 버틸 수 있는 한계 수위)를 대비해 저지대 및 취약구간 주민 대피, 응급복구 조치 등 지자체 매뉴얼대로 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흥덕구는 이 내용을 같은 날 오전 6시36분 청주시 하천과에, 오전 6시39분쯤 청주시 안전정책과에 각각 전달했다. 하지만 청주시는 이 내용을 오송 지하차도를 관리하는 충북도로관리사업소에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제도 하지 않았다. 해당 지하차도 관리 주체가 충북도라는 이유에서다.

청주시는 소방의 대응 요청도 묵살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참사 발생 50분 전인 당일 오전 7시51분쯤 “미호강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어 오전 8시3분 현장에 소방대원들이 도착해 “제방 둑이 무너져 미호강이 범람하고 있다”고 상황실에 전파했다.

경찰도 참사 20분 지나 출동…이번 호우 사망자 41명

소방 상황실은 청주시 당직실에 이 상황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청주시는 해당 상황을 도로 관리 주체인 충북도로 전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차도 관리를 맡은 충북도는 제방을 쌓은 행복청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충북도로관리사업소는 자체적으로 통제 여부를 결정한다. 참사 당시에도 지하차도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로 상황을 감시한 것이 전부다.

경찰의 대응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사 당일 오전 7시30분에서 9시 전후로 충북경찰청 112상황실에는 물난리와 관련된 신고 전화가 10여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오송 궁평 지하차도’를 통제해달라는 내용의 신고도 있었다.

경찰이 출동한 곳은 궁평 제1지하차도와 쌍청리 교차로였다. 파출소 인원이 3명뿐이라는 이유로 궁평 제2지하차도는 출동 대상에서 빠졌다. 경찰이 궁평 제2지하차도에 도착한 것은 참사 발생 20여분이 지난 오전 9시쯤이다.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41명, 실종자는 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8년 이후 역대 5번째로 많은 인명 피해다.

이삭·김세훈·박용필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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