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사지 넘쳐 민가 덮칠라…위태로운 공사장

정지윤 기자 2023. 7. 17. 20:3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부산을 덮친 장마로 최근 20여 일 동안 654㎜의 폭우가 내린 가운데, 공사장 지반이 약해져 토사 유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5000㎡ 이상 대규모 공사 현장에서는 30년 빈도 강우량(30년 빈도 확률 강우량·시간당 95㎜)을 기준으로 물과 흙을 가두는 웅덩이인 '침사지'를 파 집중호우에 대비하지만, 역대급 '극한 호우'가 잦아지고 있어 기존 설계 기준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물·흙 가두는 공사장 웅덩이, 기존 강우 기준으론 역부족

- 부산 토사유출 사고 잇따라
- “더 깊고 넓게 파야 제기능”

부산을 덮친 장마로 최근 20여 일 동안 654㎜의 폭우가 내린 가운데, 공사장 지반이 약해져 토사 유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5000㎡ 이상 대규모 공사 현장에서는 30년 빈도 강우량(30년 빈도 확률 강우량·시간당 95㎜)을 기준으로 물과 흙을 가두는 웅덩이인 ‘침사지’를 파 집중호우에 대비하지만, 역대급 ‘극한 호우’가 잦아지고 있어 기존 설계 기준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17일 부산 남구 대연3구역주택재개발 공사장 일원에 조성된 토사유출 방지용 구덩이 ‘침사지’에 물이 고여 있다. 이곳은 최근 집중호우에 토사가 휩쓸려 일대 하수관로가 막히는 피해가 발생해, 침사지 추가 확대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17일 오후 부산 남구 대연동 대연3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 공사 현장. 25만2000㎡의 광활한 경사면에 시뻘건 황토흙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은 지난 11일 내린 많은 양의 비에 토사가 휩쓸려 현장 앞 보도가 진흙탕으로 변하고 하수관로가 막히는 피해를 봤다. 이날 현장에서는 포크레인으로 추가 배수로를 파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시공사는 총 4700㎥ 규모의 거대한 침사지를 파두었지만, 순식간에 쏟아진 빗물을 감당할 수 없었다.

침사지는 흙과 함께 쏟아지는 빗물을 임시로 가둬, 흙은 가라앉히고 물만 내보내는 재해예방 시설이다. 다량의 토사가 흐르면 일대 하수관 등 우수처리 시설을 막아 대규모 민간 침수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에 침사지 설치는 필수다. 통상 5000㎡ 이상 대규모 공사는 착공 전 재해영향평가를 거쳐 침사지 등 우수피해 예방 시설을 만든다.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르면 “영구 구조물은 50년 빈도 이상(시간당 100㎜), 침사지 겸 저류지와 같은 임시 구조물은 30년 빈도 이상(시간당 95㎜)을 적용한다”고 명시했다. 남구는 2017년 승인한 재해영향평가를 토대로 지난달 현장점검에서 총 8개의 침사지를 확인했지만, 토사 유출을 막지 못했다.

약해진 지반에서 토사유출 사고는 잇따르고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3시53분 부산진구 초읍동 공사장에서 토사 유출 사고가 발생했고, 뒤이어 오후 4시18분 사하구 감천동 아파트 공사현장 지반이 무너졌다. 부산지역 산사태 위기 경보는 지난 15일 밤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심각’ 단계를 유지 중이다.

전문가들은 기상이변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극한호우가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침사지 설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 부산시가 방재시설 설계 기준으로 삼는 방재성능목표 강우량은 2018년 105㎜, 지난 3월 114mm으로 단계적으로 상향했지만 임시 구조물은 제외됐다.

한국토목학회 부울경지회장을 역임했던 부산대 임종철(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큰 비가 짧은 시간에 오는 일이 잦아져 침사지를 더 넓고 깊게 파야 하지만, 기준이 30년으로 맞춰져 강제할 수 없다. 강우량 증가에 대비해 기준을 상향하고 적극 대비해야 한다”며 “30㎝ 높이의 토석류는 사람이 순식간에 쓸려갈 정도로 위험하고 일대 우수시설을 마비시켜 추가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대연3구역 토사 유출을 계기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부산 일대 재개발·재건축 공사 현장을 파악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