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그냥 아빠면 충분"…이 시대 아빠들에게 보내는 위로

문별님 작가 2023. 7. 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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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세상을 연결하는 뉴스, 뉴스브릿지입니다.


누구나 좋은 부모가 되기를 바라지만 자녀가 원하는 모습과는 다를 때도 있습니다.


특히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은 아빠들은 고민이 더 깊은데요.


이 시대의 아빠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조언 '아빠 반성문'의 저자 조영진 교수에게 들어봅니다.


교수님 어서 오세요.


조영진 교수 / 서울장신대 

네 안녕하십니까


서현아 앵커 

교수님께서는 상담심리학자십니다.


그런데 특히 아빠들의 마음에 주목을 해오셨는데요.


이유가 있을까요?


조영진 교수 / 서울장신대

상담을 통해서 아이들과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아빠들을 많이 보게 되고요.


그들의 아빠들은 왜 아이들에게 이렇게 할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또 여러 가지 논문을 쓰면서 아빠들의 마음에 좀 더 깊이 있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저에게 아빠의 부재라는 제 삶의 중요한 주제가 있어서 그 아빠들에 대한 마음의 이야기 아빠들의 상처받은 이야기들이 저에게는 더 의미 있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얼마 전에 '아빠 반성문'이라는 책을 내셨습니다.


제목의 의미가 담겨 있을 것 같은데요.


무엇에 대한 반성일까요?


조영진 교수 / 서울장신대

아빠 엄마는 생물학적으로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좋은 아빠는 그렇게 쉽게 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아빠들이 죄인이라는 의미는 전혀 아니라는 점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고요.


그렇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그 아빠의 마음이 서로에게 건강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전달되어서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게 참 어렵게 되는 것들을 많이 봅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아빠의 진심이 엄마와 아이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을 가졌고요.


또 한편으로는 아빠들이 표현하지 못하는 자신의 어떤 부족함들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을 가졌고 무엇보다도 아빠라는 역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아빠들 그 아빠들이 지금 정말 잘하고 있는 건강한 아빠다 하는데 위로를 좀 드리고 싶은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아빠들의 진심이 더 잘 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아빠들은 과거와 비교했을 때 어떤 위치에 있다고 보십니까?


조영진 교수 / 서울장신대

저는 그 부분을 아버지와 아빠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의 차이로 표현해 보고자 했습니다.


아빠라는 단어가 사전에서는 어린이가 어린아이의 말로 아버지를 이르는 말 또 정답게 아버지를 부르는 말 정도로 표기되어 있는데요.


저는 과거의 아버지를 기둥이라고 한다면 지금의 아빠는 공간이다 넉넉한 공간이다 이렇게 표현을 좀 해 보고 싶었습니다.


기둥이 든든하게 가족 모두를 지키는 흔들림 없는 존재라면 공간은 온 가족이 함께하는 삶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우리의 공간은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삭막하고 숨 쉬기도 힘든 그런 아픈 공간이 되기도 하고 또 행복과 기쁨이 가득한 회복의 자리가 되기도 합니다.


아빠는 그 공간의 어떠함을 좌우하는 공간지기의 역할을 해 주면 좋겠다 하는 것이죠.


지금의 아빠는 아이들의 존재에 대한 이해의 범위가 이전보다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훨씬 커져 있습니다.


아버지가 말씀하신 데 감히 이런 시대에 이런 개념으로 아이들과 소통하기는 어렵다는 뜻이죠.


그래서 중요한 건 바로 아빠의 반응입니다.


아버지는 반응하지 않아도 자녀들이 다 알아서 그 뜻을 알던 그런 시대의 이미지가 아버지라고 그러면 지금의 아빠는 의미 있게 아내와 자녀들에게 반응하여야 합니다.


아이는 아빠의 반응에 또 반응하고 그러한 상호작용의 과정이 가족의 공간을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으로 만들어내는, 그래서 그러한 부분들이 바로 아버지와 아빠의 자리에서 아빠의 위치를 자리매김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아버지와 아빠에게는 어떤 기대하는 역할부터가 많이 다르다, 그렇다면 교수님께서 만나보신 요즘 아빠들의 고민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조영진 교수 / 서울장신대

네 여러 고민이 있겠지만요.


제가 상담을 통해서 자녀들을 만나기도 하고 아빠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고민은 관계에 대한 고민입니다.


아빠들을 상담하면서 늘 아쉬운 것은 아빠들이 가지고 있는 진심이 아이들과 엄마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던지는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서로에게 왜곡되게 이해되고 느껴지면 정말 사랑하고 정말 소중히 여기는 아빠의 마음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상처로, 아픔으로 전해지고, 거기에 반응하는 아이들의 말과 표정이 또 아빠에게는 또 다른 상처가 되거든요.


그게 좀 심하면 가족 간에 아빠와의 관계가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까지도 이르게 됩니다.


관계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힘들고 만만하지 않은 것이지만, 그것이 가족이고 내 사랑하는 소중한 자녀들이기에 오히려 그 관계에 대한 어려움은 더 힘들고 더 아프게 느껴지고 그런 과정이 우리 모든 아빠들이 가지고 있는 해결되기 어려운 과제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사실 이 시대의 아빠들은 누구나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노력들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노력을 할수록 오히려 또 다른 갈등을 빚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조영진 교수 / 서울장신대 

네 좋은 아빠의 좋음이 사실은 아이들에게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을 첫 번째 이유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좋은 아빠는 아이들보다 앞서서 생각하고 아이들을 어른처럼 여겨서 아빠가 이렇게 하면 아이가 이렇게 반응하여야 한다고 미리 기대하기도 합니다.


어떤 아빠는 대화가 너무 중요해서 대화를 통해서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의 원하는 것을 채워주려고 노력하는 좋은 아빠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만 되어도 대화가 힘들거든요.


문제는 아빠가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는 데 있고요.


할 말도 없는데 자꾸 말을 시키면 그게 아빠에게는 대화이지만 아이에게는 고통으로 느껴지고, 그래서 대답이 성의가 없어지면 아빠는 거기에 상처를 받거나 화를 내거나 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노력이 갈등이 되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것이죠.


모든 좋은 아빠의 노력이 이런 단순함으로 다 설명되기는 어렵지만 우리 주변에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현아 앵커

아빠들이 생각하는 좋은 아빠와 그리고 자녀가 원하는 아빠 사이에 조금은 거리가 있다라는 지적을 해주셨는데요, 어떻게 하면 이런 좀 간극을 줄일 수 있을까요?


조영진 교수 / 서울장신대

이건 배우고 노력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 문제는 먼저 아빠들이 이런 진심을 전하는 과정이나 왜곡이 그냥 참고 넘어가야 될 만한 일이지 이걸 배워야 하는가 이게 기술인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빠와 자녀의 생각의 차이는 필연적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아빠들에게 필요한 것은 내 기준으로 아이의 요구에 대한 결과를 확정하지 말고, 아이가 요구하는 그 요구의 이유와 원인에 대해서 좀 더 궁금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게 기술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이가 혹시 아빠의 호의를 즐겁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면 좋은 아빠보다는 그냥 아빠가 좀 더 낫습니다.


아이가 게임해도 그냥 옆에서 TV 보다가 야 공부 좀 해 하고 한마디 할 수 있는 그런 아빠 아이의 성적이 좀 불편해도 게임만 그렇게 하면 되겠니라고 말할 줄 아는 그런 아빠 아이가 짜증을 내면 뭐가 죄를 저렇게 짜증 나게 했을까 하는 그런 데에 대해서 좀 궁금해 할 수 있는 좀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 아빠 저는 그런 아빠를 '그냥 아빠'다 이렇게 한번 표현해 봤습니다.


삶은 아이의 삶은 아빠의 잔소리로 바꿔지지 않습니다.


아이는 그냥 옆에서 함께하는 아빠의 삶을 통해서 더 많은 것들을 배웁니다.


서현아 앵커

무리하게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아이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공감해 주는 그냥 아빠의 중요성 지적해 주셨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사실 이 아빠들이 엄마에 비해서 조금 덜 주목받은 측면도 있는데요.


우리 사회의 아빠들이 앞으로는 좀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조영진 교수 / 서울장신대 

일단 아빠가 덜 주목받는 것이 더 좋고요.


저는 아빠를 우리 세계의 모든 공항이 가지고 있는 안전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을 가려면 어디를 갈지 어떤 비행기를 탈지 이렇게 티켓팅 하는 거 이런 실제적인 구체적인 피부에 와닿는 문제는 엄마의 역할이라면 사실은 우리가 티켓팅을 하고 누구나 가는 공항 검색대로 대표되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여행 전체의 안전을 책임지는 보이지 않는 너무 중요한 시스템이고요.


저는 아빠들은 덜 주목받지만 그러나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 늘 예민하게 반응하고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에 의미 있게 접근해 주는 그런 존재가 또 그런 영역을 책임지는 것이 아빠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아빠에게는 스스로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도 관계에 대한 기술도 좀 더 더욱 많이 필요하리라 그렇게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고민들 다들 많으시지만 사실 아빠의 자리는 그 자체로 아이들에게는 너무너무 절실하고 소중한 자리입니다.


이 시대의 아빠들이 늘 힘내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조영진 교수 / 서울장신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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