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 아닌 내면의 표현에 집중
정현(1956~)은 인천에서 태어나 1982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와 1986년 동 대학원 조소과에서 수학한 후 1990년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조소과 석사를 졸업했다. 홍익대학교 조소과와 동 대학원 조소과에서 부교수를 역임했다. 국내외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2002년 '신체풍경'(로댕갤러리, 서울)을 비롯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04년 제1회 오늘의 작가(김종영미술관), 2006년 올해의 작가(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선정됐으며, 2014년 제28회 김세중 조각상(김세중기념사업회) 등을 수상했다. 정현은 표현적인 인체상을 만드는 조각가로, 유학 후 1992년 원화랑에서의 첫 개인전에서 철도 침목을 이용한 작품을 선보이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외형의 묘사가 아닌 내면의 표현에 집중하기 위해 브론즈, 석고부터 철도 침목, 아스팔트 콘크리트 등 주변에 버려진 폐자재를 적극 활용했으며, 조각 외에 콜타르(coal tar)를 활용한 드로잉도 선보였다. 200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는 자연과 시간성을 느낄 수 있는 설치 작업, 야위고 파편화된 대형 인물 조각, 녹물 드로잉 등의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얼굴>(1995)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지속해온 일그러진 얼굴 시리즈 중 하나로, 그가 지속해온 존재론적 인간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목부터 정수리까지 절단된 두상은 해부학적으로는 어긋나 있으며 표면이 거칠고 얼굴의 큰 굴곡과 덩어리만 남긴 채 구체적인 이목구비는 생략하고 있다.
임동식(1945~)은 충남에서 출생해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독일 함부르크 미술대학 순수미술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0년 홍명섭 등과 함께 '금강현대미술제'를 기획했고, 1981년 '들로 던진다' 또는 '들에서 내게로 던져져 온다'를 뜻하는 국내 최초 자연미술운동 그룹 '야투(野投)'를 창립했다. 2005년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아르코미술관, 서울), 2011년 '비단장사 왕서방'(이화익 갤러리, 서울), 2016년 '임동식, 동방소년 탐문기'(대전시립미술관, 대전), 2020년 '임동식: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서울시립미술관, 서울) 등 16여 회 개인전을 가졌고, 2009년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대전시립미술관, 대전), 2013년 《기억의 시간, 시간의 기억》(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파주), 2017년 '2017 삼라만상: 김환기에서 양푸둥까지'(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1985년 독일 함부르크 알토나미술상, 2020년 제5회 박수근 미술상을 수상했다.
임동식은 한국미술계의 대표적인 자연미술가로 불린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1970년대 중반 이후 본인의 작업을 실내가 아닌 실외로 설정했다. 1975년 한국미술청년작가회 '제1회 야외작품을 위한 캠핑'에서 최초로 야외 작업을 시도하는 등 금강현대미술제와 야투 등에서 활약하는 등 한국의 아방가르드 아티스트로 평가받으며 이후 30여 년간 설치와 퍼포먼스, 음향작업 등에 매진해왔다. 그는 1990년대 초 독일 함부르크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직후 고향인 공주의 농촌 원골마을로 들어가면서 작품 세계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1993년부터 2001년까지 '예술과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공주 원골에서 화가와 농민 그리고 미술 행위에 대한 탐구를 진행하였고 이를 통해 일상과 자연의 순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예술영역을 개척했다. 소개할 작품 <기억의 강>(1991-2008)은 야투와 마을 내 예술 활동 중 남겼던 사진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사생의 바탕이 된 '활동'은 개인에서 출발한 것이고, 사생의 배경이 된 '풍경'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장소이자 '자연'이라는 친숙한 주제이다. 이처럼 개인적인 기록을 화폭 안에서 재구성하면서 주관성과 객관성이 조화를 이룬 독특한 풍경화가 탄생한다. 높은 지대에서 강을 내려다보는 구도는 사진을 촬영한 주체인 나의 시각에 맞춰져 있지만, 결과적으로 풍경을 담은 것은 카메라와 필름이 아닌 캔버스와 물감이다. 이는 그림 속의 강을 '그림을 그린 사람의 기억'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인지하게 하고, 그림 속 장소를 '공감의 공간'으로 치환시킨다.
김호득(1950~)은 산, 계곡, 폭포 등 동양화에서 전통적으로 다루어져온 소재를 재료와 기법의 실험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가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회화과 재학 중 유화를 그리다가 3학년 때 전공을 동양화로 바꿨다. 미술에서 장르와 매체를 확실히 구분하던 시절부터 '서양화, 동양화 구분할 것 없이 마음에서 우러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는 첫 개인전에서도 먹, 아크릴 등 재료를 자유롭게 사용한 작업을 선보였다. 그림을 그리는 화면으로 광목과 하드보드지를 선택하고, 수조와 종이를 이용한 설치작업을 하는 등 그의 작품 세계는 평면이라는 영역에 국한되지 않으며, 어떠한 방법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그림에 있어서 그는 간결한 붓질로 최소한의 표현을 통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대상의 생략된 부분을 상상하게 한다. 자연의 본질을 꿰뚫는 그의 그림은 실재하는 산수(山水)에 자신의 뜻을 담아 그리는 사의산수(寫意山水)이다. <폭포>(1997)는 물줄기가 힘차게 떨어져 부서지는 모습을 갈필(渴筆)로 표현하여 강한 힘을 나타냈다. 그의 '폭포'는 에너지 그 자체이다. 화면에 번지고 튀어 오른 먹물은 역동적이다. 구체적인 묘사 없이도 흘러내리는 물줄기와 부서지는 물보라의 생생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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