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탈출시키려 창문깼다… 베테랑 747 버스 기사의 마지막
폭우로 노선을 우회해 궁평2지하차도에 들어섰다가 변을 당한 747번 버스기사와 승객들을 향한 네티즌들의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사고 발생 시각인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쯤 747번 급행버스를 몰았던 기사는 50대 이모씨로 확인됐다. 버스는 폭우로 기존 경로가 통제되자 우회해 궁평2지하차도에 진입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여행을 가기 위해 오송역행 버스를 탔다가 숨진 20대 여성은 당시 친구에게 전화로 “버스에 물이 찬다. 기사 아저씨가 창문을 깨고 나가라고 한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그렇게 침수된 버스에서 이씨와 일부 승객은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씨는 17일 오전 1시25분쯤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가 몰았던 747번 급행버스는 오송역과 청주공항을 오가는 노선으로, 평판과 실적 등이 좋은 기사들에게 배정된다고 한다. 이씨 역시 성실함으로 주변인들에게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한 동료는 연합뉴스에 “새벽 5시 반 출근인데 3시에 먼저 와서 사무실 청소하던 성실했던 친구”라며 “10년 전 시내버스 회사에 입사해 최근에는 전국 단위 승객 안전 최우수 평가도 받았는데 안타깝다”고 전했다.
버스에 물이 찬 순간 이씨가 창문을 깨고 승객들을 먼저 탈출 시키려 애썼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씨의 동료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차 안에 있는 망치로 유리창을 깼다고 그러더라. 거기 있는 사람들은 탈출 할 수 있으니 빨리 나가라고” “창문을 깨고 노약자를 탈출 시켜야 된다고. 항상 타의 모범이 된 분이라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이씨의 소속 운수회사 홈페이지에 애도의 글을 남기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번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돌아가신 운전자와 승객들을 위해 애도한다”며 “흙탕물이 밀려오는 공포 속에서 많이 무섭고 고통스러웠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적었다. 이외에도 “승객들을 살리려고 노력한 기사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끝까지 안전운전을 위해 노력했을 기사님과 유족분들이 2차 피해를 보지 않도록 회사 측에서 철저한 조사와 보상을 해달라” 등의 글이 올라왔다.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는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쯤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사고 직후 현장에서 9명이 극적으로 구조됐으나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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