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심리일까…빅테크는 팔고 기술 스타트업 추격 매수[서학픽]

권성희 기자 2023. 7. 1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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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탑픽]
[편집자주] 서학개미들이 많이 투자하는 해외 주식의 최근 주가 흐름과 월가 전문가들의 평가를 분석해 소개합니다.

서학개미들이 미국 증시에서 거의 3개월만에 처음으로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펀드가 순매수 전환을 이끈 것이 아니기에 진정한 의미에서 매수 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전환을 이끈 것은 인플레이션 둔화에 따른 국채수익률 하락을 기대한 장기 국채펀드 투자였다. 하지만 스타트업 기술주들이 순매수 상위 종목에 대거 포진한 점이 주목된다.

빅테크주는 너무 많이 올라 추격 매수가 부담되지만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고 판단되거나 주식가액이 낮아 상승 탄력이 클 수 있는 신생 기술주는 선별 투자하는 모습이다. 실적 전망에 관계없이 저가주에 투자하는 투기적 매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 5~11일간 미국 증시에서 7684만달러를 순매수했다.(결제일 기준 지난 10~14일)

이는 12주일만의 순매수 전환이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11주일 연속 미국 증시에서 매도 우위를 이어가며 총 21억4195만달러를 순매도했다.

서학개미들이 거의 석달만에 순매수로 돌아선 지난 5~11일 동안 S&P500지수는 0.4% 하락했다. 하지만 이후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1.5% 상승했다. 지난 12일과 13일에 발표된 지난 6월 소비자 물가지수(CPI)와 생산자 물가지수(PPI)가 예상치를 하회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 역시 0.4% 약세를 보였으나 이후 지난 12일부터 3일간은 2.6% 급등했다.

지난 5~11일 동안 서학개미들을 매수 우위로 돌아서게 만든 일등공신은 만기 20년 이상 장기 국채였다. 이 기간 동안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불 3배 ETF(TMF)였다.

지난 6일 ADP의 민간 고용과 7일 노동부의 시간당 평균 임금 인상률이 예상치를 상회하자 긴축 장기화 우려가 제기되면서 국채수익률이 급등했다. 서학개미들은 이 때를 틈타 TMF를 대거 순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국채 가격은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인다.

이는 고용시장 강세에도 인플레이션이 하락해 국채수익률이 내려갈 것이란 전망에 베팅한 것이다. 서학개미들이 지난 5~11일간 순매수한 TMF 규모는 1억563만달러에 이른다.

TMF는 만기 20년 이상 국채들로 구성된 벤치마크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기 때문에 국채수익률 하락시 상당히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실제로 TMF는 지난 12일과 13일 CPI와 PPI가 예상치를 하회하자 급등했다. TMF를 최근 저점인 지난 7일 종가로 매수했다면 지난 14일까지 수익률은 6.6%에 달한다.

서학개미들은 TMF 외에도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ETF(TLT)와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바이라이트 전략 ETF(TLTW)도 5631만달러와 2527만달러 순매수했다.

TLT는 장기 국채 가격을 그대로 따른다. TLTW는 콜옵션을 매도해 국채수익률 하락시 가격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배당수익률은 TLT보다 높은 상품이다.


서학개미들이 배당 ETF에서 벗어나 성장주로 눈을 돌린 점도 주목된다.

서학개미들은 최근 주가가 급등한 전기차 트럭 제조업체인 리비안 오토모티브를 3245만달러 순매수했다. 리비안은 지난 3일부터 12일까지 주가가 55% 폭등했다. 지난 6월26일부터 7월12일까지 상승률은 92.6%에 이른다.

다만 단기 급등 부담에 지난 13~14일에는 2일 연속 하락하며 4.2% 하락했다.

양자컴퓨터 회사인 아이온큐와 하늘을 나는 택시로 주목받는 수직 이착륙 비행기 제조업체인 조비 에비에이션도 1753만달러와 1100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아이온큐는 지난 5월말, 조비 에비에이션은 지난 6월말 이후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한 뒤 최근 주춤한 상황에서 서학개미들이 추격 매수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공모가 13달러로 상장했으나 현재 주가가 0.15달러에 불과한 전기차업체 멀른 오토모티브가 701만달러 순매수된 것도 눈에 띈다.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 폭등세가 최근 기술 스타트업으로 확산되면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저가주까지 투기적으로 매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 기업 중에서는 메타 플랫폼이 1888만달러 매수 우위로 순매수 상위 6위에 올랐다. 트위터에 대항하는 새로운 SNS인 스레드를 지난 5일 출시하자 서학개미들도 매수 대열에 참여한 것이다.

메타는 스레드가 단기간에 가입자를 1억명 이상 끌어 모으며 돌풍을 일으키자 지난 5일 이후 14일까지 8% 상승했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6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급락하자 반등을 기대하며 반도체주 상승시 3배 수익을 얻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를 2114만달러 순매수했다.

SOXL과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 펀드인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배 ETF(SOXS)는 635만달러 순매도했다.

개별 반도체주로는 AMD를 738만달러 순매수하며 꾸준히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엔비디아에 비해 점유율이 떨어지긴 하지만 AI(인공지능) 칩을 제조하고 있는데 반해 밸류에이션은 엔비디아보다 크게 저평가됐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5~11일 사이에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직전주에 이어 테슬라였다. 서학개미들은 테슬라를 5701만달러 순매도했다. 8주 연속 매도 우위다. 테슬라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I 칩으로 주가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는 엔비디아도 2566만달러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반도체 호황의 수혜주로 꼽히는 파운드리 반도체회사인 대만 TSMC도 최근 주가 랠리가 지속된 가운데 1541만달러 순매도됐다.

직전주에 간만에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올랐던 애플은 867만달러 순매도 전환했고 직전주에 역시 소폭 순매수를 나타냈던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다시 714만달러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글로벌은 지난 5~11일 사이에 753만달러 순매도됐다. 지난 13일 암호화폐 리플이 96% 폭등하며 코인베이스가 하루만에 25% 가까이 급등한 것을 고려하면 이 때 코인베이스를 매도한 투자자들은 상당히 아쉬울 것으로 보인다.

S&P5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그대로 추종하는 뱅가드 S&P500 ETF(VOO)가 2689만달러 매도 우위로 순매도 상위 2위에 올랐다.

직전주에 마찬가지로 S&P5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따르는 아이셰어즈 코어 S&P500 ETF(IVV)가 3603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S&P500지수가 올들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ETF를 둘러싼 매매 공방이 치열한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 매도로 주가 하락 리스크를 줄이고 배당수익률을 높여 인기를 끌었던 JP모간 에쿼티 프리미엄 인컴 ETF(JEPI)는 1076만달러 순매도됐다.

노르웨이 시추회사로 미국 상장사인 씨드릴은 매수 규모가 미미한 가운데 대규모 매물로 순매도 상위 10위 안에 포함된 것을 보면 기관 투자가의 매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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