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주차 다툼 이런 이유도
"아니, 멈춰! 그만, 그만! 멈춰, 내려" - 영화 '오토라는 남자' (2023)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삶의 의욕마저 잃어버린 남자. 모든 걸 포기하려는 순간, 때마침 들린 이웃의 주차 소음에 화가 난 나머지, 운전자를 끌어내리고 단 한 번 만에 평행주차를 해줘 버립니다.
영화는 해피엔딩이지만, 현실에서의 주차는 피 말리는 전쟁이지요. 주차 시비로 살인까지 벌어지니까요.
그제만 해도 강원도 춘천에서는 약수터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어 60대가 숨졌고, 지난달 인천에서는 주치관리비에 불만을 품은 임차인이 주차장 입구에 차를 일주일간 방치해, 애꿎은 차들이 갇혀 버렸으며, 작년 6월 광주광역시에선 이웃사촌 간 주차 시비로 살인미수가, 얼마 전엔 빈 주차 공간에 가방을 던져놓고 내 자리라고 우기며 욕설하는 여성으로 인해 사회적 공분이 일기도 했죠.
실제로, 서울의 불법주정차 관련 민원은 2018년 연간 74만 7천여 건에서 작년 120만 3천여 건으로 61%나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서울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은 2010년 96.6%에서 작년 기준 106.5%로 늘었거든요. 그럼 차량 1대당 주차장 1개 이상을 확보했다는 뜻인데, 왜 주차난은 더 심해진 걸까요?
차량은 출발지와 목적지를 오가니, 한 대당 최소 2개의 주차장이 필요하거든요. 그러니 주차장 확보율이 100%가 넘는다고 해도 필요한 주차 공간의 절반밖에 안 되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은 주차장 확보율이 300% 안팎입니다.
여기에 근접 주차를 선호하고, 주차는 공짜, 돈 내면 손해라는 인식까지 있으니 더 주차난이 심해지는 거죠.
우리, 세계 최고인 한국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보면 어떨까요. 낮엔 텅 빈 아파트 주차장을 일반에게 개방하고, 반대로 밤에는 사무실이나 상가 주차장을 외부인에게 값싸게 허용하는 식으로 말이죠.
주차장을 공유하는 아파트나 상가 기업주차장에는 설비 투자 지원과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요, 그럼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요.
'주차 빌런'만 탓하기 전에 정부와 지자체, 입주민, 상인들이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당장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고 피해를 보는 건 나나, 내 가족이 될 수 있으니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주차 다툼 이런 이유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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