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늘어나는 가계부채, 장기 성장 막고 자산불평등 키워”

이병훈 2023. 7. 1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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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증가에 경계 목소리
부동산 수요 증가에 주담대 주도
금융권도 수익성 좋아 취급 선호
한국 가계부채 비율 주요국 3위
DSR는 13.6%… 호주 이어 두번째
“GDP 증가 수준 이내 관리 필요”
한은, DSR 예외축소 등 방안 제기

한국은행이 연일 가계부채 증가에 경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에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또다시 늘고 있어서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주요국 3위 수준으로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가계부채가 장기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연착륙’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 금융통화연구실 이경태 부연구위원(과장)과 강환구 실장이 17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장기구조적 관점에서 본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및 연착륙 방안’을 통해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장기성장세 제약 및 자산불평등 확대 등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17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작년 말 기준 105.0%로, 주요 43개국 가운데 스위스(128.3%)와 호주(111.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날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계 부문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3.6%로, 주요 17개국 가운데 호주(14.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 뉴시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완만하게 내려가는 추세이지만 한국은 역행한다. 2010년 주요 43개국 중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4위였으나, 지난해 말에는 스위스, 호주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2018년 91.8%였던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5%까지 상승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계부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는 13.6%로 조사 대상인 전 세계 주요 17개국 가운데 호주(14.7%)에 이어 두 번째다.
가계대출 규모가 지속해서 늘어나는 이유에는 금융기관의 선호, 규제 미비, 자산으로써 부동산 수요 증가 등이 꼽혔다. 금융기관은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가계대출 취급을 선호한다. 여기에 DSR 규제 도입이 늦은 데다 적용되지 않는 상품도 많고 신용대출도 비교적 후한 편으로 규제가 느슨하다.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며 주택을 통한 자산 투자가 주목받았고, 전세대출이 확대되며 가계부채를 증가시켰다는 것이다.
한은은 담보대출에 대한 LTV(담보인정비율)가 낮고, 차주 상환능력이 대체로 양호해 가계대출이 금융권 전반 건전성 악화로 퍼질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다만 장기성장세를 저해하고, 부동산업 등 생산성이 높지 않은 부문에 대출집중도가 심화하는 등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과장은 “소득수준에 따른 대출 접근성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대출 접근성이 높은 고소득층의 자산이 저소득층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해 자산불평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거시건전성 정책 및 통화정책 조합을 통해 장기적인 디레버리징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계대출을 GDP 증가 수준 내에서 지속해서 관리하면서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건전성 측면에서는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취급유인을 조정하고, DSR 예외 대상 축소 및 LTV 수준별 차등금리 적용 등으로 대출 수요를 조정하는 방안이 언급됐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과도한 레버리지 활용 및 위험자산 투자로 이어지지 않도록 ‘건전성 고려 통화정책’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여러 금통위원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많은 우려를 표했다”며 이상적인 가계부채 수준에 대해 “중장기적으로는 (GDP 대비) 80%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리와 같이) 큰 정책 수단을 쓸 경우에는 거시경제 전반과 금융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타깃을 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사용해 그 부분을 컨트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가계대출 팽창 우려가 지나쳐 물가관리에 문제를 초래한다는 게 명백하게 지표로 나올 경우에는 거시건전성 고려요소로 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병훈·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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