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도 영아유기" vs "다른 선택지 없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신고 아이 비극 속 의견 첨예
“아이 살리겠다는 것 처벌 과해”
SNS서 7000건 이상 공유 ‘공감’
전문가들은…
“아동의 부모 알권리 침해 제도”
“영아유기 맞아…처벌 대신 지원을”
경찰이 ‘출생 미신고 영아’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 가운데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두고 온 사례를 처벌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결국 “베이비박스도 영아유기”라는 강경한 입장이 있는 반면 “아이를 양육할 수 없는 여성에게 베이비박스 외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반박도 있다.
미신고 영아 없도록… “보호출산제 도입 시급” 출생 미신고 영아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전수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17일 서울 종로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황민숙 베이비박스센터장이 서울 등 전국에서 교회 측에 맡겨진 베이비박스를 열고 있다. 정부는 병원 안팎 산모가 아이를 출산할 경우 정부가 대신 출생신고를 하는 보호출산제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최근 12년 동안 총 1990명의 아이가 베이비박스에 담겨 신고됐다. 연간 150~180명 수준이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가는 경우 ‘영아유기죄’가 적용돼 2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출생기록만 있고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많은 아동이 준비되지 않은 부모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져 전수조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 그나마 아이를 살리겠다고 베이비박스에 두고 간 엄마를 처벌하겠다는 것”이라는 SNS 게시글도 7000여회 공유됐다.
오 변호사는 “베이비박스 유기를 처벌한다고 아기나 엄마가 보호되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 비용을 들이지 않은 채 개인만 처벌하고 비난하기보다, 엄마가 임신 초반부터 아이와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게 지원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비박스를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베이비박스를 처벌하면, 여성은 아이를 길에 버리거나 살해할 수밖에 없다”며 “명백한 위험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승 연구원은 “미국도 과거 ‘베이비박스가 영아유기를 조장한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베이비박스가 아이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안전한 영아 피난처법’을 시행해 24시간 영업하는 공공기관에서 베이비박스 역할을 대신 해주고 있다”며 베이비박스가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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