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간 부모나 다름없던 오빠 돌려주세요"… 슬픔에 잠긴 오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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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다 뜯어져 나가는 것 같아요."
17일 충북 청주시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A(51)씨가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
A씨의 오빠 B씨는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 희생자다.
A씨는 "전화할 때마다 '사랑한다'고 말하던 오빠가 이제는 과거의 사람이 돼버렸다"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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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실종자 가족에서 유족, 눈물 바다
유족 "사고 경위 조사, 합동분향소 설치" 요구
“살이 다 뜯어져 나가는 것 같아요.“
17일 충북 청주시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A(51)씨가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 A씨의 오빠 B씨는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 희생자다. 인테리어ㆍ전기배공 사업을 하던 B씨는 트럭에 짐을 싣고 일터로 가기 위해 지하차도에 진입했다가 변을 당했다. 부모님이 20년 전에 돌아가신 뒤 오빠는 한결같이 동생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남매 간 우애가 누구보다 깊었던 지라 동생은 오빠의 죽음이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 A씨는 “전화할 때마다 ‘사랑한다’고 말하던 오빠가 이제는 과거의 사람이 돼버렸다”며 울먹였다.
사고 3일째 여전히 비통한 오송
전날부터 이날 늦은 오후까지 이어진 수색 작업 끝에 5명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사망자는 총 14명이 됐다. 인양된 시신은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친 뒤 각 병원 장례식장으로 이송됐다.
이 병원 장례식장에도 이날 오전 6시 30분쯤 인양된 최모(23)씨의 빈소가 추가로 차려졌다.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있었던 실종자 가족에서 하루 아침에 유족으로 바뀐 이들의 눈물은 마를 줄 몰랐다. 유족들은 영정 사진을 보자 고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지 더욱 비통해 했다. A씨는 “오빤 손가락에 장애가 있었음에도 늘 열심히 살며 주변에 베풀 줄 아는 사람이었다”며 “가족이라고는 우리 남매 밖에 없는데 이제 누구를 의지하고 살아야 하느냐”고 말을 잇지 못했다.
충북도, 합동분향소 C&V 센터 제안
사고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단 유족들의 쓴소리는 이날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A씨는 “청주시랑 충북도는 도대체 뭘 했느냐”며 “왜 도로를 사전에 막지 않았는지 물어봐도 아무도 답을 안해준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일이 터지고 나서 공무원들이 빈소로 찾아와 ‘무엇이 필요하냐’고 물었다”며 “오빠만 다시 돌려주시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들은 전날 충북도에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지자체의 안일함이 만든 ‘인재’고,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참사인 만큼 희생자들을 위한 마지막 예우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충북도 관계자는 “유족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구체적인 장소와 일시를 협의하고 있는 단계”라며 “유가족들에게 오송읍에 위치한 충청북도 C&V센터를 일단 제안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C&V 센터는 국제회의 및 연구관련 세미나 개최 등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충북도 소유의 건물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청주=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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