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시설’ 분류된 오송 지하차도…차단기 설치 한발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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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로 인한 지하차도 참사가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고 있지만, 관련 시설물 설치나 행동요령을 담은 매뉴얼 정비는 더디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한번 물이 차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불어나는 지하차도의 특성상 적극적인 진입 통제를 위한 매뉴얼 정비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정작 오송 지하차도는 '안전한 시설'로 분류돼 '145개'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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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예산 편성 후순위…사고 반복”
집중호우로 인한 지하차도 참사가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고 있지만, 관련 시설물 설치나 행동요령을 담은 매뉴얼 정비는 더디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한번 물이 차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불어나는 지하차도의 특성상 적극적인 진입 통제를 위한 매뉴얼 정비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지난 15일 발생해 14명이 숨진 충북 청주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침수 사태는 진입통제만 제때 이뤄졌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는 점에서 3년 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침수 사건과 유사하다. 2020년 7월23일 당시 부산 초량 일대에는 시간당 80㎜ 넘는 폭우가 쏟아졌고, 상습 침수 지역인 초량 제1지하차도에도 물이 차올랐다. 하지만 부산시와 동구청 어느 누구도 지하차도에 드나드는 차량을 막지 않았다. 출입통제 시스템은 3년 동안 고장 난 채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다. 결국 대피하지 못한 3명이 숨졌다.
지난해 9월 관련 공무원 11명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린 초량 지하차도 사건 1심 재판부는 “초량 지하차도는 출입통제 시스템이 있었는데, 당시 제대로 지침이 지켜지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 대비책을 갖춰놓더라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물거품이 된다는 사실이 이 사건에서 드러났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오송 지하차도의 경우 미호천교 근처의 임시 제방 일부가 무너지면서 물 6만여t이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왔고, 2~3분 만에 손쓸 새 없이 침수됐다. 배수 펌프는 있었지만 갑자기 쏟아진 물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충북도 관계자는 “범람으로 짧은 시간에 하천 물이 유입되다 보니 통제할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잇따르는 신고와 홍수 경보에도 경찰과 지자체 등이 교통통제에 나서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차량 진입을 막는 시설물 정비도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부산 지하차도 침수 이후 행정안전부는 2020년 침수우려 지하차도 145개를 지정하고 차단기를 설치한다고 나섰다. 하지만 정작 오송 지하차도는 ‘안전한 시설’로 분류돼 ‘145개’에서 제외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오송 지하차도는) 침수 이력이 없고, 차로가 협소한 편도 아니라 안전하다고 충북도가 판단했다”고 말했다.
별도로 충북도가 지난달 행안부로부터 특별교부세를 받아 차단시설 설치를 위한 예산을 편성했지만, 미처 설치하기도 전에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안전에 대한 예산 편성을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데, 가장 후순위로 두니까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라며 “지하차도에도 자동차단시설을 설치하고 원격 차단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대책이 있었지만 빠르게 시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장 매뉴얼이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지는 최근 기후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 재난관리 담당자는 “교통통제는 전반적인 위험 상황 등을 고려해 판단하게 돼 있다. 너무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시민들이 일부 교통통제를 무시하는 경우마저 있다.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송창영 광주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강남역 침수 사건도 118년 빈도로 발생한 일인데 대응이 되지 않았던 문제가 있었다”며 “기후변화 때문에 폭우 등 극단적인 자연재난이 생기는데, 재난 대응 방식의 기준은 이에 맞춰 바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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