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참사 '인재' 지적...추가 호우 피해 우려

YTN 2023. 7. 1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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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함형건 앵커

■ 출연 :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특보]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연일 계속됐던 집중 호우로 인해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가 예견된 인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충청과 남부지역에 또 많은 비가 예고되며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데요.

관련 내용,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일단 오송읍 지하차도 사고현장, 저희가 앞서도 중계를 통해서 수색현장을 보여드렸습니다마는 배수작업과 수색작업 상당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조원철]

배수작업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고 오래 걸려야 됩니다. 급속하게 빨리 하면 주변에 있는 콘크리트 벽이 무너질 수가 있어요.왜냐하면 수압차 때문에 콘크리트 벽 안쪽 수위가 빨리 낮아지고 바깥의 지하수위가 높은 상태면 한쪽으로 수압이 걸리기 때문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천천히 안정되게 배수하는 것이 좋습니다.

[앵커]

차근차근 진행해야 된다. 실종자 수색작업도 추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들려오는 소식을 지켜봐야 될 것 같고요. 이번 지하차도 침수 참 어처구니없이 안타까운 사고인데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마는 1차적으로는 주변의 교량공사 때문에 제방을 허물었다가 지난 7일에야 임시제방이 마무리됐다고 하는데. 이게 너무 허술하게 만들어졌다, 주민들이 계속 지적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조원철]

저는 주민들의 지적이 맞다고 생각을 합니다. 왜 맞다고 하냐면 공학적으로 강우에 대해서 설계를 했는지 아니면 홍수에 대해서 설계했는지 명확하게 설명이 안 되고 있어요. 홍수에 대해서 설계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백년빈도 홍수위에 맞게 설계를 했다고 하면 밑에 현재는 모래주머니를 설치해서 밑에는 깔았거든요. 깔고 백년빈도 그 모든 흙주머니를 계속해서 올려야 되는 겁니다. 그래야 흙이 쓸려내려가지 않고 견딜 수가 있거든요.

그렇지 않고 밑에만 깔고 흙을 쌓았다고 하면 아무리 다져도 물 먹은 흙을 다져놓으면 물에 바로 쓸려내려가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제방이 약했다 하는 거고 하필이면 왜 홍수기에 그런 제방 공사를 하느냐 하는 거죠.

그러면 이미 작년에도 할 수 있고 겨울에도 할 수 있고 봄에도 할 수 있는 기간들이 있었을 텐데 왜 지금 와서 장마철 비 오기 직전까지 지난달 7일인가 그렇게 했다고 하니까 이거는 시기도 잘못 택했고 그다음에 공법도 잘못됐다. 아무리 백년빈도 홍수니 강우니 이야기를 하더라도 잘못됐다는 걸 제가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앵커]

특히 이번 비가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내린 것도 아니고요. 얼마 전부터 예고됐던 상황이고. 특히 이번 여름에 여러 가지 이상기후로 인해서 많은 폭우가 내릴 것이라고 몇 달 전부터 예고가 돼 있던 상황이었는데요. 왜 진작에 4월이나 5월에 마무리 작업을 하지 못했는가.

[조원철]

얼마든지 그때 할 수 있었거든요. 이런 호우가 오기 전에 해야 되고. 그리고 지난 열흘간 계속 비가 왔잖아요. 우리가 가장 공학적으로 중요시 여기는 게 사고가 나기 전 5일, 선행강우라고 해요.

선행 5일 동안의 강우 AMC-5라고 얘기하는데 선행 5일 동안 얼마나 비가 왔느냐. 이것이 뭐냐 하면 토양 속에 얼마나 많은 물이 들어있느냐 하는 것을 판단하는 근거가 되거든요. 물 속에 흙이 있을 때는 흙이 나름대로 힘을 씁니다.

그러나 흙 속에 물이 들어가 버리면 반대 상황이 되면 그러니까 물이 더 많은 상태가 되면 흙이 맥을 못 춰요. 이번에 바로 이런 상태가 된 거거든요. 이런 상태를 충분하게 예견할 수 있는데 하필이면 우기, 이 장마철에 그런 공사를 마무리해서 했다고 지금 변명을 하는데. 그건 온당치 않다, 그렇게 판단합니다.

[앵커]

미호천교 재가설공사를 주관한 게 행복청인데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여기서 그런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마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렇게 보시는 거군요. 또 다른 원인이 왜 교통통제가 안 됐는가. 이게 사실 미리 사전조치를 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당일 보면 홍수경보가 내려진 게 4시 10분쯤. 대홍수 심각단계가 5시에 내려졌고. 이후에도 주민들이 112, 119에 신고했다고 하고요. 다 이런 걸 지나치고 나서라도 사고 직전 30~40분 전에는 현장 감리단장이 경찰에 교통통제하라고 연락을 했다는데 구청, 시청, 도청, 경찰 아무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어요.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될 것인가. 어떻게 보셨습니까?

[조원철]

그건 이해할 수가 없죠. 늦게 경찰청장께서 여러 가지 행정지시를 내렸잖아요, 경찰청에. 그게 뭐냐 하면 지금까지 안 됐다고 하는 증거거든요. 이게 왜 사전에 평상시에는 진행이 안 됐냐 하는 겁니다. 이게 진짜 문제가 있는 행정이죠. 경찰의 행정이든 행안부의 행정이든 간에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앵커]

이 역시 변명의 여지가 없는 굉장히 안일한...

[조원철]

사후조치를 하고 있잖아요. 일이 난 다음에 조처를 하고 있거든요. 그러면 일이 나기 전에 왜 그런 조처가 없었냐. 매뉴얼, 법 그런 거 다 있거든요. 그런 걸 왜 생각을 못했냐는... 청장님도 이제 와서 그런 명령을 내릴 게 아니라 사전에 내릴 수 있었으면 좋았죠.

[앵커]

지금 매뉴얼 얘기를 하셨으니까 충청북도 같은 경우에는 대응매뉴얼상 지하차도는 50cm 이상 물이 올라와야 교통통제가 이루어지는데 이번 사고 같은 경우에는 침수 직전까지 물이 차지 않아서 차량 통제를 하지 않았다.

이 부분도 사실 참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매뉴얼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

[조원철]

이번 사건 자체는 제방 무너지면서 물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짧은 시간에 들어왔다 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그러면 이때는 공공영역, 즉 정부기관, 지방자치를 포함한 정부기관에서 해야 할 일이 있고. 그다음에 모든 재난은 현장에 있는 시민들이 해야 할 일이 있어요.

이걸 우리가 잘못하면 모든 안전관리를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하는 선언은 잘못된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영역,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 있고 동시에 현장에 있는 시민들이 해야 할 영역이 있어요.

이번에 특징 중의 하나가 어떤 분이 유턴해서 빠져나갔잖아요. 나는 그분을 교통법으로는 몰라도 재난안전관리 면에서는 굉장히 순간적인 판단을 가지고 행동한 사람이다, 그렇게 칭찬해 주고 싶어요. 우선 살아야 되니까.

그런데 다행히 본인도 문제가 없었고 다른 차에 문제를 주지 않고 유턴해서 나가기는 나갔는데 그걸 장려할 일은 아니지만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살릴 수 있는 판단을 순간적으로 했다. 그분을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어요. 어떻게 그런 순간적인 판단을 했느냐라고 하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앵커]

그 부분을 말씀하셨으니까 이번 사고처럼 운전 중에 호우를 만나거나 차량에 갑자기 물이 찬다거나 지하차도를 지나가다 갑자기 침수되는 상황을 만나거나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조원철]

각 언론에서 어떤 표현을 쓰냐면 자동차 타이어의 3분 2 정도 수심이 될 때까지는 지나가도 괜찮다는 표현을 많이들 해요, 전문가들이. 그건 잘못입니다. 그건 물이 정지돼 있을 때, 물이 움직이지 않을 때는 3분의 2 정도 높이는 차가 밀고 나가면... 고인물일 때, 움직이지 않을 때. 그러나 이번처럼 움직일 때는 움직이는 힘하고 자동차의 힘하고 겹쳐지면 감당 못합니다.

[앵커]

갑자기 차오르니까요.

[조원철]

그렇죠. 이럴 때는 무조건 앞에 물이 고였으면 들어가지 말고 차 놓고 반대방향으로 정 물에 빠졌다고 하면 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탈출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왜? 물을 등지고 가기 때문에 앞을 보면서 가고 제일 낮은 데까지 가고 나면 그다음에 낮은 데를 지나면 높아지거든요. 그러니까 흐르는 방향으로 탈출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앵커]

방금 말씀하셨던 시민처럼 유턴해서 반대 방향으로 빨리 대피를 해야 된다. 사실 그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조원철]

그런 판단하기가 굉장히 힘이 듭니다.

[앵커]

상당히 차를 놓고 빨리 피한다거나 이런 것도 굉장히 용기가 필요한 순간적인 기지가 필요한데요.

[조원철]

용기하고 순간적인 판단이에요. 저도 재난훈련을 미국에서 공부할 때도 많이 받았고 재난현장을 많이 다녔거든요. 우리나라 226개 시군구, 옛날에는 234개 시군구였습니다. 웬만한 데는 다 다녀봤어요. 재난현장을 많이 경험했습니다마는 그런 순간적인 판단을 하기가 극히 힘이 들어요.

[앵커]

이번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사실 불과 3년 전입니다. 3년 전에 부산 초량 지하차도 사고하고도 내용이 유사한 측면이 있고 그때 3명의 소중한 목숨이 숨진 사고가 있었습니다마는 그것을 계기로 지하차도 침수의 위험성 상당히 부각이 됐기 때문에 그 이후에 배수펌프라든가 관련 차단시설이라든가 설치해야 한다 이런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뭐가 많이 달라졌는지. 이번에 사실 배수펌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같아요.

[조원철]

작동 안 했죠. 안 한 이유가 뭐냐 하면 전기공급시설이 물에 잠겼기 때문에. 이거 부산뿐만 아니라 서울에 가까이 있는 상암지하차도도 옛날에는 물난리를 여러 번 겪었습니다. 홍제천 옆에 있는.

그런데 그때마다 나오는 얘기가 거의 90% 이상 나오는 것이 배수펌프의 전기가 물에 잠겨서 배수펌프가 가동이 안 됐다 그래요.

[앵커]

배수펌프의 위치가 잘못된 겁니까?

[조원철]

그래서 펌프 자체는 수중 펌프예요, 물속에 있어야 돼요. 그런데 거기에 전기를 공급하는 시설을 90년대 중반부터 지하차도 천장 높이에 설치하든지 아니면 지하차도 아예 바깥에다 설치를 하도록 그렇게 권장을 했습니다.

규정을 만들자고 하는 건데. 이건 굳이 국토부의 규정이 아니더라도 자치단체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 바깥에 하는 거하고 지하차도 밑바닥에 설치하는 것하고는 전력선, 동력선의 비용입니다. 몇 백만 원 차이예요.

그거 때문에 맨날 물에 잠겨 있기 때문에 펌프가 가동이 안 됐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건 말이 안 되는 겁니다. 지금이라도 빨리 지하차도 밑바닥에 전력시설이 돼 있는 데는 빨리 개선해야 돼요.

그런데 이런 사고가 나면 정부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 전국에 있는 모든 지하차도를 전수조사한다고 해요. 전수조사해서 지금까지 대책이 뭐가 나왔냐 하는 거예요. 나온 적이 없습니다.

조사해서 보고가 제대로 됐는지 안 됐는지 몰라도 대책이 나온 적이 없습니다. 대책이라는 것이 예산이 필요하고 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런 것이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거의 없어요.

[앵커]

지금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전기설비라도 위쪽에다 설치해야 한다. 그래야지 침수되더라도 그것이 작동을 하게 되는데 지금 상태에서는 물에 잠기게 되면 무용지물. 그러면 저런 식으로 안전설비가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 지하차도, 전국에 얼마나 있는 걸까요?

[조원철]

거의 대부분이죠. 90% 이상 안 돼 있습니다.

[앵커]

전국의 지하차도는 그럼 물에 차게 되면 상당히 위험한 지경에 처한다?

[조원철]

물이 차면 전기부터 없어지잖아요. 전력이 없으면 펌프가 가동이 될 수가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를 안 하거든요.

[앵커]

지자체나 당국에서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건 아닐 텐데요.

[조원철]

다 알고 있죠. 예산이 없는데.

[앵커]

예산의 문제입니까?

[조원철]

예산의 문제죠. 그리고 안 해도 그다음에는 책임 추궁하는 기관이 없어요. 전수조사 한다고 해서 보고서가 얼마나 충실하게 작성됐는지는 몰라도 그다음에 대책이 없잖아요. 전수조사했으면 대책이 나와야 되는데 대책이 없잖아요.

[앵커]

뭐라고 얘기를 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사고가 나고 사람이 소중한 목숨을 잃고 그러면 그때 사회적 이슈가 되다가 좀 시간이 지나면 까맣게 잊어버리는 이런 사고가...

[조원철]

제가 지금까지 관찰해 보면 사흘 정도 지나면 다 잊어버립니다. 왜? 다른 걸 이야기해야 될 건들이 우리 사회에는 너무 많이 있거든요.

[앵커]

안타까운 현실인데요. 전반적인 재난대응 시스템에 대해서는 이따가 다시 한 번 얘기하도록 하고요. 폭우로 인해서 침수피해도 일어나고 있고 산사태 피해도 많이 났습니다. 특히 경북 지역에 산사태로 인해서 인명피해가 컸는데.

이번에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많이 난 마을들을 보니까 지자체에서 선정한 산사태 취약관리지역이라는 데가 있는데 여기에 들어가지 않은 지역에서 인명피해가 오히려 더 났어요. 이거 어떻게 보셨습니까?

[조원철]

이게 전수조사의 맹점이죠. 지금까지 조사된 곳은 괜찮고 조사되지 않은 곳에서 일어났다고 하는 얘기는 조사에서 빠졌단 얘기라고요. 그다음에 최근에 와서 산사태 나는 거 물론 산사태 매커니즘은 다른 분이 전문으로 하시는 분이 현장을 많이 다니면서 경험하시는 분이 따로 계십니다마는 제가 조사한 바로는 산사태라는 것이 위에 있는 흙이 무거워서 내려오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리고 지금도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와서 더 문제되는 것은 밑의 산자락을 아예 약하게 만들어버려요. 예를 들면 펜션을 짓기 위해서 산자락을 잘라내버려요. 그리고 태양열판을 설치하기 위해서 산자락을 잘라내요.

각종 개발 때문에 산자락이 전부 밑을 잘라내버리니까 비탈에 있는 흙 무게를 견디질 못하잖아요. 이렇게 해서 비가 오면 무너집니다. 이런 건수가 굉장히 많아요.

[앵커]

지금 교외에 나가게 되면 그렇게 산비탈을 깎거나 이른바 우리가 난개발한 지역이라고 하죠. 산을 무리하게 깎아서 숲이나 나무가 없이 훤하게 드러난 지역들. 이런 지역들은 유사시에 폭우가 내리고 흙이 물을 많이 머금게 되면 비가 계속 며칠 동안 내리게 되면 이런 식의 산사태 사고가 날 수 있는 개연성이 상당히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지역이 많다, 이렇게 볼 수 있겠군요.

[조원철]

그리고 우리나라 산에 나무가 굉장히 많아요. 그리고 나무가 많으면 나무 뿌리가 물이 없을 때는 깊이 들어가서 물을 찾아 들어가지만 산에 나무가 많고 습기가 많으면 뿌리가 깊이 들어갈 이유가 없어요.

그러니까 옆으로 퍼지는 천근화되는 거죠, 뿌리가 얕게 들어가니까. 그러니까 얕게 들어가니까 흙 속에 물이 꽉 차버리면 나무째로. 이게 우리가 우면산 산사태 때 제가 맨 처음에 당해 봤습니다마는.

[앵커]

교수님께서 그 당시에 실제로 체험을 하셨다고 그랬는데요. 산사태 현장에 계셨다고요?

[조원철]

현장에서 7시 58분에 사진 찍다가 흙에 밀려가지고 28m를 아스팔트 위를 밀려갔어요. 그런데 꼼짝을 못했어요. 꼼짝달싹 못했습니다. 다행히 그래도 살아나긴 했는데. 그때 제가 다리에 상처를 많이 입어서 13개월간 치료를 받았거든요.

흙에 떠내려갔던 것 때문에 고생했는데. 그런 경험도 보면 우리나라에는 땔감으로 쓰지 않으니까 나무 뿌리들이 깊게 들어가지 않고 또 우리나라 지질 특성이 표토, 표면에 있는 흙의 두께가 1m 조금 넘습니다.

그러면 밑에는 전부 기반암이거든요. 그러니까 나무뿌리가 깊이 들어갈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이번처럼 열흘간 계속 장기적으로 비가 오면 흙 자체가 전부 아이스크림처럼 그냥 물이 가득 포화도가 100% 돼버리거든요.

그러면 미끄러지는 거죠. 그럼 물은 고향이 어디냐면 어딘지는 몰라도 지구 중심이에요. 자꾸 밑으로 가려고 해요.밑으로 가기 때문에 중력의 법칙에 의해서 내려가려고 하기 때문에 이런 산림 관리도 산사태를 방지하는 데 굉장히 중요하게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간벌, 그다음에 가지치기 이런 걸 다 하는데 특히 산림에서 또 문제가 되는 것이 간벌이나 가지치기를 해서 산비탈에 쌓아놓거든요.

쌓아놓으면 비가 많이 내리면 미끄러져 내려옵니다. 그래서 조그마한 계곡을 막아버려요. 그러면 물이 고였다가 물이 고이면 계곡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요. 많은 곳에서 그런 것들이 일어났습니다.

[앵커]

아까 몸소 체험하셨다고 하셨는데. 이렇게 산사태 같은 경우는 갑작스럽게 일어나기 때문에 상당히 순간 대응하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 일종의 전조현상이 좀 있다고는 들었습니다. 어떻게 감지할 수 있을까요?

[조원철]

전조증상의 순서는 뭐합니다마는 우선 밑에서 보면 비탈면에 물이 안 나던 곳에서 물이 새어난다든지 또는 지금까지 샘처럼 물이 흘러내려오다가 갑자기 물이 끊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그건 뭐냐 하면 산비탈면에 지하수가 바뀌어버렸다 하는 겁니다.

그러면 바뀐다는 것은 이미 땅 속에서는 붕괴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하는 그런 물 가지고 판단하는 방법이 하나 있고. 그다음에 산비탈에 서 있는 나무가 흔들린다든지 갑자기 보던 나무와 달리 조금 기울어졌다든지 하는 것도 중요한 전조현상이고요.

그다음에 또 하나는 산비탈에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흙이 움직일 때 굉장히 둔탁한 소리가 나요. 그래서 그걸 들을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마는 그래도 듣지 못하던 둔탁한 소리가 들릴 수 있어요. 이럴 때는 얼른 피하는 것이 다른 거 없습니다. 삼십육계 중에서 줄행랑, 도망가는 것이...

[앵커]

이상한 조짐이 보이면 빨리 도망가야 된다. 요즘처럼 며칠간 계속 비가 내릴 때는 아예 산악지역 부근에는 되도록 접근 안 하는 게 상책이겠군요.

[조원철]

이럴 때는 물이 많아서 문제가 될 때는 접근 안 하는 게 좋습니다. 서울시내에서 며칠 전에 영상이 나왔습니다마는 도림천에 물이 가득찼는데 산책하시는 분 있죠. 이해를 못하겠어요. 그리고 요즘도 등산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잖아요, 이 우중에도.

[앵커]

이런 재해는 설마 하다가 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를 것 같은데. 올해부터는 사실 극한호우라는 말도 당국에서 붙였을 정도로 집중적으로 한순간 퍼붓는 이런 비 그리고 그것도 며칠 동안 계속되는 비가 앞으로도 이상기후 현상 때문에 자주 일어날 것 같습니다.

충청과 남부지방에 많은 비가 예고돼 있거든요. 추가 피해도 예고되고 있는데 아까 말씀하신 재난대응체계 부분을 얘기하면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이번에도 보면 각 지자체라든가 기관 사이에 하나도 손발이 안 맞았거든요. 어떻게 정비해야 될까요?

[조원철]

예를 들겠습니다. 만약에 전쟁상황이 됐다고 하면 대통령이 총사령관이 되고 그 밑에 합동참모본부가 모든 전쟁을 수행하거든요. 마찬가지로 행정안전부에서 중앙재해대책본부를 운영합니다.

현재의 기능은 행안부나 도청이나 그다음에 시군구든지 재해대책본부는 통계 잡는 것밖에 못해요. 통계 처리하는 그것밖에 하는 게 없습니다. 실제가 그래요. 그러면 실제 어떻게 해야 되느냐. 명령하고 필요한 인력을, 또는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돼요.

경찰이나 심지어 군인들까지도 동원해서 재난방지 또는 재난을 완화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되는데. 그게 실제 작동을 하지 않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서로 영역싸움만 하고 있잖아요. 이번 것은 내가 하겠다는 게 아니고 이건 내 영역 바깥이다.

도로는 하나인데 영역 바깥이다 그래서 안 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행정기관 간에 서로 협력체계. 우리가 이걸 기능적 통합이라고 그래요. 각기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총합동참모본부 같은 역할이 그런 기능이 지금 작동이 안 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라기로는 중앙재해대책본부 또는 그 산하에 도청이라든지 시군구에서 모든 인력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을 일시적으로 재난상황이 선포됐을 때는, 예보됐을 때는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 또는 권한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앵커]

이번처럼 자연재해, 재난상황에서는 전시체제에 준하는 그런 통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조원철]

그렇죠, 기능적 통합이라고 합니다.

[앵커]

이번에 정말 총체적인 행정부실인 것 같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는데 지금 말씀하신 그런 부분 저희가 잘 점검해서 정비해 나가야 될 것 같습니다.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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