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흑해곡물협정 종료… 복귀 원하면 우리 요구 받아들여라”

지난해 10월 31일 이스탄불 예니카피 해안에서 선박들이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 /연합뉴스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한 흑해곡물협정을 러시아가 사실상 종료시켰다. 러시아는 자신들 요구를 들어준다면 협정에 즉각 복귀하겠다며 협상 여지를 남겼다.

17일(현지 시각) 타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흑해곡물협정은 오늘부터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가 앞서 밝힌 대로 협정의 데드라인은 17일(오늘)”이라며 “불행히도 러시아 관련 사항이 아직 이행되지 않았고, 따라서 협정이 종료됐다”면서 “협정이 중단됐지만, 러시아 관련 사항이 이행되는 즉시 러시아는 협정 이행에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에서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을 맺었다. 이후 러시아는 줄곧 “우리(러시아) 농산물과 비료의 수출을 보장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협정을 탈퇴할 수 있다고 위협해왔다. 협정은 지난 5월 17일 3번째로 연장된 뒤 이날 2개월의 기한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러시아가 이런 식으로 협정을 중단시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의 흑해함대를 공격했다면서 협정 참여를 중단했다 복귀했다. 지난 4월과 5월에도 러시아가 선박 검사를 거부하면서 협정 이행이 수일간 중단된 적이 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벌어진 크림대교 공격 사건에 대해 보고받은 뒤 교량 복구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영국이 이번 공격에 가담했다는 자국 외무부 발표에 대해선 “우리는 누가 이번 공격의 배후에 있는지 알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협력이 얼마나 깊은지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장 심각한 상황에서도 대화 채널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 영국과 외교를 단절할 가능성을 부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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