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한끼 먹기도 겁난다” 태풍도 닥칠텐데…벌써 초토화된 밥상물가

홍혜진 기자(honghong@mk.co.kr) 2023. 7. 1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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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 피해 농지 면적 2만7094ha
시금치, 상추, 호박 등 농산품 가격 ↑
“폭우 이어지면서 오름세 지속” 전망
이어질 외식물가 상승세 물가 관건
정부 “하반기 2%대 물가 전망 여전히 유효”
장마가 계속되면서 채소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양재 하나로마트에서 고객들이 채소를 구매하고 있다. 2023.7.17 [이승환 기자]
집중 호우로 인해 국내 농산물 생산에 큰 피해가 발생하면서 겨우 진정세에 접어든 밥상물가에 다시 비상이 걸렸다.

원재료인 농산물값이 오르면 가뜩이나 가계 지출 부담이 큰 외식 물가도 연이어 오를 전망이다. 일각에선 장마와 태풍으로 농산물 작황에 큰 피해가 발생한 2020년 상황이 재현될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시금치(4kg) 도매가격은 전월 대비 180.6% 급등했다.

적상추(4kg) 114.8%, 쥬키니호박(10kg) 33.4% 배추(10kg) 32.8%, 토마토(5kg) 30.8% 등 대부분의 농산물 가격이 전월보다 이미 크게 올랐다.

폭염으로 가뜩이나 가팔랐던 농산품 가격 상승세에 폭우가 기름을 부은 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농작물 침수·낙과 등으로 접수된 농지 피해 면적은 2만7094ha로 집계됐다.

축사나 비닐하우스 등 시설 피해는 19.3ha, 폐사한 가축의 수는 57만9000마리에 달했다. 가축 폐사는 닭이 53만3000만마리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이어 오리 4만3000마리, 돼지 3000마리, 소 40마리였다. 닭이나 오리같은 가금류는 대부분 폐쇄된 공간에서 사육해 피해가 컸다.

지역별로는 전북이 1만4569.8ha로 피해 면적이 가장 컸다. 충남(1만4569.8ha), 충북(1802.1ha), 경북(1636.6ha) 등이 뒤를 이었다.

호우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 농작물 피해는 더 불어날 전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장마가 지속되는 동안 농산품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농산물 물가가 올랐지만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농산품이 전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가중치)은 6월 기준 총 1000에서 43.8 수준으로 섬유제품(43.6)과 비슷한 정도이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 채소 가중치 27, 과일 19, 곡물 7 등이다. 품목 가중치가 43.8이라는 의미는 한 가구가 월 1000원을 지출한다고 가정했을 때 농산물 구입 비용이 43.8원이라는 의미다. 축산물을 포함하면 71.4원이다. 반면 공공서비스는 127.3, 집세는 98.3로 비중이 훨씬 높다. 농축수산물 가격에 연동되는 경향이 있는 외식품목 가중치는 126.7로 농산품의 3배에 달한다. 이같은 물가 가중치를 감안하면 농축산물 가격에 후행적으로 영향을 받는 외식 가격이 하반기 물가를 좌우할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지난달에는 농산물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전월 대비 전체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리는 데 기여했지만 이달에는 기여도가 물가를 올리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21개월만에 2%대로 내려온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폭우를 계기로 다시 튀어오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점검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앞서 물가가 지난달 2.7%로 내려온 데 이어 하반기에는 2%대 초중반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7월 물가상승률이 6.3%에 달해 올해는 기저효과가 발생할 예정이고 국제유가 역시 안정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7월과 8월은 기상에 따른 물가 변동이 큰 기간인데, 작년에는 7월에 폭염이 심했고 올해는 이른 장마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농가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있는데, 현재로서 농축수산물 가격 변동이 추세적으로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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