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는 관할 따졌고, 충북도는 사무실 지켰고, 시민은 희생됐다

오윤주 2023. 7. 17. 19: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3 폭우]지자체, 경찰 안이한 교통 통제가 희생을 키워
17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 관계자들이 지게차로 침수 차량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청주 오송 궁평 제2지하차도 참사 사고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 경찰 등의 안이한 교통 통제가 희생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로마다 관할이 다르다는 이유로 통제, 비통제 구역이 혼재해 운전자들은 스스로 빗길을 헤치다 열린 지하차도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실제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747번 급행버스가 대표적 사례다. 버스는 청주공항~오송역을 오가는데 사고 지역 주변 정규 노선은 강내면~미호천교~오송역이다. 하지만 강내면이 통제되면서 흥덕구청~청주역을 경유해 사고 지점인 오송 제2지하차도를 통과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심경태 청주시 버스정책팀 주무관은 “버스가 제 노선이 아닌 이곳으로 왜 갔는지 알 수 없다. 오송역 승객을 위해 우회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당시 금강홍수통제소는 홍수경보를 내리고 흥덕구청 등에 주민 통제·통행 제한 등을 통보하는 등 미호강이 범람 위기였다. 하지만 버스가 우회로로 택한 오송 제2지하차도 노선은 통제되지 않았고, 나머지 차량 16대와 함께 지하차도에 갇혔다. 17일 오후까지 사망 13명 등 사상자가 22명에 이른다.

소방·군·경 등 합동 구조단이 구조·수색을 하고 있다. 김가윤 기자

사고 뒤 자치단체·경찰 등의 책임 떠넘기기가 볼썽사납다. 도로 통제는 관리 주체에 따라 제각각이어서 통제-비통제 구역이 혼재한다. 재난 상황에서 운전자들이 스스로 달리며 길을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규정 탓이다.

도로법 76조를 보면, 도로관리청은 홍수·태풍 등 재해가 나거나 우려가 있으면 통행을 금지·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같은 법 23조 도로관리청 규정을 보면, 고속국도·국도는 국토부 장관, 지방도는 도지사·광역시장 관할이다. 그 밖의 도로는 노선을 지정한 행정청인 시·군이 관리한다. 다만 시 관할 구역 동(洞)지역 국도·지방도는 시장이, 읍면 지역은 도지사가 관리한다.

규정에 따르면, 사고 지점 궁평 2지하차도는 508번 지방도여서 충청북도 관할이다. 하지만 충청북도는 이곳을 통제하지 않았고 참사가 났다. 이곳을 관리하는 충청북도 도로관리사업소는 “폐회로 텔레비전을 보며 상황을 살폈는데 침수 등 위험 징후가 없어 통제하지 않았다. 순식간이 물이 들어차 손쓸 겨를이 없었다”고 밝혔다.

청주시는 도로 관리청이 다르다며 발을 뺀다. 실제 사고가 난 15일 오전 청주시는 도로 24곳을 통제했는데 모두 청주시 관리 도로다. 홍찬용 청주시 녹색도로관리팀장은 “관할 구청에서 현장 상황을 살펴 재난상황실 등과 협의해 도로를 통제하고 교통부서, 경찰 등에 협조를 구하기도 한다. 관리 도로가 아닌 지방도 등은 통제할 수 없다. 월권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청주시는 관할을 따졌고, 충북도는 눈을 감았고, 시민은 희생됐다.

청주시 책임은 없을까? 사고가 난 오송 주변 교통망을 보면 508번 지방도, 17~25번 국도, 21·22·23·29번 시도, 도시계획도로 등이 거미줄처럼 혼재돼 있다. 사고가 난 508번 지방도로 가는 연결 도로는 청주 관할이다. 청주시가 길목을 사전 통제했더라면 508번 지방도와 사고 지점까지 갈 수 없다. 황아무개(47)씨는 “강내면은 통제하고 강 건너 지하차도 쪽을 통제하지 않아 우회하면서 사고가 났다. 전형적 인재”라고 말했다.

도로 통제 안내도 허술하다. 시민들은 사고 현장에 가야 통제를 알 수 있다. 실제 지난 15일 청주시가 교통 통제를 알린 안내문자 가운데 궁평2지하차도와 관련한 것은 불과 1건이었는데, 사고 2시간이 지난 11시14분에 발송됐다. 나머지는 침수·대피 문자였다. 홍찬용 청주시 팀장은 “토사·도로 유실, 산사태, 침수 현장엔 표지판 등을 설치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통제 구간을 안내하고, 표지판 등을 설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 책임론도 나온다. 도로교통법에 교통안전을 위한 통행금지·제한 규정이 있다. 국무조정실이 낸 자료를 보면 사고 전 7시2분 ‘오송읍 주민 긴급대피’, 7시58분 ‘궁평 지하차도 긴급 통제’를 요청하는 112신고가 있었다. 이에 관해 정방원 충북경찰청 112상황실장은 “7시2분건은 실제 7시4분이다. 7시5분에 흥덕구청 통보, 7시35분 흥덕경찰서 상황관리관 탑연3거리 차량 통제, 7시45분 오송읍사무소 대피방송을 요청했다. 7시58분 건은 청주시재난상황실에 무전통보 하고 흥덕서를 통해 오송파출소에 출동지시했다. 당시 파출소 근무가 3명이었는데, 1명은 지하차도, 2명은 순찰차로 쌍청리 침수 현장에 출동하는 등 조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영운 충북대교수(도시공학과)는 “버스 등 차량을 그곳에 들어가게 했다는 것은 슬프고 부끄러운 인재의 전형이다. 제대로 모니터링하고 시스템을 갖췄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관끼리 관할·책임을 미루고 떠넘길 게 아니라 재해 상황 전체를 조절할 수 있는 콘트롤 타워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