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현장 찾은 尹, “저도 어이가 없다” 위로…“마지막 한 명까지 찾아달라” 당부
오송 지하차도 현장 방문 여부 질문에 “수해현장 방문 예천이 끝 아냐”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새벽 리투아니아·폴란드·우크라이나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집중호우 피해 대응에 집중했다.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새벽 5시 5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즉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 회의실에서 구체적인 수해 피해 현황을 보고 받았다. 이어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로 이동해 수석비서관 전원이 참석한 회의를 주재해 지난 1주일간 국내 현안을 보고 받은 뒤 오전 8시 30분부터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집중호우 대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했다. 중대본 회의를 마치고는 곧바로 헬기를 타고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경상북도 예천군 감천면 일대를 찾아 현장을 살펴보고 이재민을 위로했다.
윤 대통령이 찾은 감천면 마을은 마을 초입부터 안쪽까지 약 500m에 걸쳐 민가, 창고 등 대부분 시설이 토사에 휩쓸려 무너지거나 부서진 상황이었다. 83가구 143명이 살던 마을에서는 주택 30호가 이번 산사태에 휩쓸려 가거나 무너졌고 2명이 실종됐다.
녹색 민방위복 아래 운동화를 신은 윤 대통령은 현장에 도착한 직후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에 보니 석관천과 그 주변이 누렇게 토사로 덮인 것이 보이더라"고 말한 뒤 마을 주민들과 피해 주택과 파손 도로 등을 둘러봤다. 길가를 따라 쌓인 바위와 토사 등을 가리키고는 "쏟아져 내려온 거구먼. 저 위에서 이런 것들도 쏟아져 내려온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또 민가 복구 중인 경찰들과 제방을 보수 중인 군 장병들을 만나 "수고가 많으십니다"라고 격려 인사를 건넸다.
특수장비를 갖추고 파견된 50사단 수색대 대장에게 "마지막 실종자 1명이라도 끝까지 찾아달라"고 각별히 당부했다고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동행한 감천면 벌방리 마을 이장은 윤 대통령에게 "이 마을이 생긴 지 500년이 됐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광현 감천면장은 "물을 머금고 있던 계곡이 손 쓸 틈도 없이 무너져 내리며 커다란 바위와 나무들이 마을을 덮쳤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토사가 쏟아지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이 있는지 물은 뒤 향후 이러한 영상을 활용해 유사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자고 답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공무원들은 ‘천재지변이라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인식을 가져서는 안 되고 최선을 다해 사고를 예방하고 수습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김학동 예천군수와 이영팔 경북소방본부장으로부터 피해 상황 및 인명구조 상황 관련 브리핑을 들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이재민 50여명이 임시거주시설로 사용 중인 벌방리 노인복지회관을 찾았다. 여기서 80∼90대 할머니 20여명을 만난 뒤 "아이고, 아이고, 얼마나 놀라셨느냐"며 말을 건넸다. 한 할머니는 바닥에 앉은 윤 대통령 손을 잡으며 울먹이기도 했다. "찾아줘서 고맙다. 저희들을 도와달라"는 호소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할머니들 앞에서 먼저 "저도 어이가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해외에서 산사태 소식을 듣고 그냥 주택 뒤에 있는 그런 산들이 무너져 갖고 민가를 덮친 모양이라고 생각했지, 몇백톤 바위가 산에서 굴러내려 올 정도로 이런 것은 저도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 봐 가지고. (다들) 얼마나 놀라셨겠느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여기서 좁고 불편하겠지만 조금만 참고 계셔달라. 식사 좀 잘하시라"며 "정부가 다 복구해 드리고 하겠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우선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고, 마무리되는 대로 반파·전파된 가옥을 수리하거나 새로 지을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힙을 합쳐 최대한 돕겠다"고 강조했다.
현장을 떠나기 전에는 주민들의 식사를 돕고 있는 적십자 봉사자들을 격려하고, 한쪽에 쌓여있는 생수와 생필품 등을 점검하기도 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이날 방문에는 이진복 정무수석을 비롯한 대통령실 참모진과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장관 직무대행), 남화영 소방청장, 남성현 산림청장, 이철우 경북지사 등이 동행했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명 피해가 큰 오송 지하차도 현장은 왜 방문 안 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수해 현장은 예천 방문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이후에도 수해 현장을 방문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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