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 유튜브 수입 3억, 그 기간 논문 발표는 0건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벌어들인 총 수입 금액이 3억7000여만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후보자는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2018년 7월부터 올해 6월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날까지 유튜브 활동을 했다. 유튜브 활동 기간에 학자로서 논문 발표는 한 건도 하지 않았다.
〈시사IN〉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통일부 답변 자료를 보면, 김영호 후보자는 유튜브 채널 ‘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를 운영하면서 벌어들인 총 수입금액이 3억7239만2496원이라고 밝혔다. 연도별 수입금액은 2018년 1089만3310원 2019년 1억194만6055원 2020년 1억5391만8709원 2021년 5732만3707원 2022년 4831만715원이다.
다만 같은 기간 총 소득금액은 9104만8235원이었다. 2021년과 2022년 적자를 냈다. 연도별 총 소득금액은 2018년 255만3700원 2019년 3141만724원 2020년 6278만7233원 2021년 –153만6651원(적자) 2022년 –426만6771원(적자)다.
김 후보자는 수익 내역을 제외하고 유튜브 활동과 관련한 다른 정보는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수입 금액과 소득 금액 사이 차이가 큰 이유, 적자를 낸 이유 등은 밝히지 않았다. 앞서의 수익 내역도 7월5일 김 후보자 측이 국회에 인사청문안을 제출하면서 첨부한 종합소득세 신고 내역에 포함돼 있었던 자료인데, 유튜브 수익이라는 것은 별도로 밝히지 않다가 7월17일 제출한 국회 외통위 의원실 질의에 대한 답변서로 종합소득세 신고 내역(2022년까지)을 발췌해 제출했다. 올해 수익 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올해 6월29일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된 당일에 유튜브 채널을 삭제했다.
김 후보자는 7월17일 답변 자료에 법인 설립 내역, 고용 및 임금 지급 내역 질의에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밝혔다. 유튜브 활동은 별도 법인, 직원 등 없이 김 후보자 혼자 운영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 측은 유튜브 활동과 제작, 편집, 제작팀 등과 관련한 외통위 의원실들의 질의에 “현재 유튜브 채널 운영을 중단한 상황으로 상세 내역을 제출하기 어려움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람. 통일 문제와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국무위원 후보자로 지명된 후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고, 주어진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유튜브 계정을 삭제하였음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람”이라고만 밝혔다.
대학생을 위한 강좌 유튜브?
〈시사IN〉이 7월17일 확인한 유튜브 통계 분석 전문 업체 ‘플레이보드’ 집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24만2000명이었다. 라이브 방송 포함 업로드 영상은 2018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총 5487개다. 일주일 평균 9건을 올렸다. 김 후보자는 유튜브 채널 폐쇄 직전인 6월29일 오전에도 ‘오늘부로 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 방송을 중단하게 되어 인사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유튜브 영상들의 누적 조회수는 2692만0874회였다. 당초 누적 조회수는 3835만926회였지만 김 후보자가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채널을 폐쇄한 것과 별개로 6월21일, 22일, 26일, 29일 영상을 삭제하면서 조회수가 줄었다.
김 후보자 유튜브 채널의 슈퍼챗 수익은 1314만 6204원이었다. 슈퍼챗은 유튜브 운영자가 라이브 방송을 할 때, 시청자들이 유튜버에게 실시간으로 직접 돈을 보내는 일종의 후원금이다. 앞서의 유튜브 수익과는 별개로 집계된다.
김영호 후보자는 유튜브 활동과 관련해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유튜브 강좌’라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의 정치학과 외교정책, 현대사 등을 대학생 수준에 맞게 국내외 시사와 연관지어 알기 쉽게 설명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게시한 유튜브는 개설 취지와 다르게 운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짜뉴스를 옮겨오거나, 외신 보도를 옮겨온 뒤 자신의 주장과 실제 사실관계를 짜맞춘 정황이 확인됐다.
김 후보자의 유튜브 채널에서 조회수가 가장 많아 인기 영상으로 분류된 영상은 △중국인 끝까지 ‘입국 금지’ 못하는 이유들 드디어 밝혀지다(2020년 2월29일, 78만 회), △(속보)김정은, 건강이상으로 통치 불능 상태 빠진 듯, 김정은 이후 논의 위해 중국 대표단 평양 급파(2020년 4월25일, 44만 회) △미국, 4.15 총선 결과 알고 있다. 어떻게 그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까?(2020년 4월10일, 41만 회), △(속보-2) 김정은 갑자기 쓰러져 ‘심장수술’ 가능성 제기, 4월15일 김일성 참배 불참 긴급 외신(2020년 4월15일 33만 회) 등이다.
김영호 후보자 유튜브 채널에서 조회수 10만 회를 넘긴 영상은 총 66건. 이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련된 영상이 22건으로 가장 많다. 김정은 위원장 관련 영상은 2020년 4월 집중적으로 업로드 됐다. 당시는 '사망설' '위독설' 등 김정은 위원장 신변과 관련한 가짜뉴스가 퍼지던 시기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2020년 4월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이후부터 돌연 공개행보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 최대 행사인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 북한 명절)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도 노출되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2020년 4월20일 미국 CNN방송이 “김정은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고 보도하면서 국내 언론과 정치권, 유튜브 등에서 사망설과 위중설 등 각종 소문과 추측이 쏟아져 나왔다. 김정은 위원장 신변 관련 뉴스가 2018년, 2019년 남북·북미 정상회담과 연결돼 세계적 관심을 받으면서 가짜뉴스도 폭증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북한 동향 점검 결과 특이 동향이 없다”라고 부인했다. 북한 전문가들도 정확한 정보와 확인된 사실 없는 추측이라고 지적했지만 억측은 잦아들지 않았다.
김영호 후보자는 2020년 4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김정은 위원장 관련 영상들을 업로드하면서, 영상 제목에 ‘심장 수술 가능성(2020년 4월17일)’, ‘김정은 통치 불능(2020년 4월25일)’, ‘김정은은 북한 내 강경파에 권력 빼앗긴 허수아비(2020년 4월24일)’라고 썼다. '미국이 김정은 중태설에 북한 지휘부를 타격하는 전투기와 핵폭격기를 급파(2020년 4월23일, 4월25일)했다'는 등의 제목을 단 영상도 게시했다.
'김정은 신변 이상설'은 2020년 5월2일 북한이 조선중앙TV를 통해 15분 분량의 영상을 공개하면서 가짜뉴스로 확인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평남 순천 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 공장 곳곳을 시찰하고 간부들 앞에서 담배를 피웠다. 이보다 앞서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2020년 4월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정은 신변 이상설'이 쏟아지는 상황을 ‘인포데믹 현상’이라며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인포데믹(infodemic)이란 ‘정보’(information)와 ‘유행병’(epidemic)의 합성어로 ‘거짓정보 유행병’을 뜻한다. 정치권에서는 학자인 김영호 후보자가, 대학생 강좌를 목적으로 개설한 유튜브를 통해 자극적 제목을 달고 인포데믹에 적극 가담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튜브 활동 기간 논문 발표 ‘0건’
김영호 후보자는 그밖에 ‘일파만파 커지는 워싱턴 발 문재인정부 좌파정권독재론(2018년 12월18일, 조회수 27만 회)’, ‘미국, 4·15총선 직후 한국 대규모 은행에 8600만달러(약1000억원)벌금 부과, ‘좌파독재’ 견제 본격 나서나?(2020년 4월21일, 조회수 12만 회)’ 등의 제목을 달아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두 영상은 현재 다른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곳 운영자들이 김영호 후보자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을 다운로드 받는 등 옮겨와 별도로 업로드한 것으로 보인다.
영상을 보면 김영호 후보의 주장과 사실관계는 전혀 다른 것으로 확인된다. 김 후보자는 2002년 4월21일 영상에서 “미국이 우리나라 4.15 총선 직후, 한국 기업은행에 86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4.15 총선 이후 강력한 힘을 갖게 된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미국이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한국이 북한과 협력 체제를 강화하자, 미국이 총선 종료 10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 한국의 대형 은행을 상대로 보이콧을 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영호 후보자가 영상에서 언급한 외신인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종합하면, IBK 기업은행이 미국의 제재를 받은 것은 맞지만 그 사유는 2011년 이란과 거래 내역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북한과 한국의 4·15 총선, 미국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경고 등은 모두 관련이 없었고 보도에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기업은행에 벌금을 부과한 미국 뉴욕주 검찰청은 2014년에 이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
2020년 4월 당시 김영호 교수는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에서 ‘미국외교정책론’, ‘미국정치론’ 등을 강의했다. 김 후보자는 자신의 유튜브 영상을 대학 강의와 연계해 활용하거나, 학생들에게 시청을 하도록 권유했는지 여부 등도 이번 국회에 제출한 답변 자료에서 밝히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유튜브 활동을 했던 2018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논문 발표는 한 건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후보자는 이 기간 성신여대 강의를 하고 있었다. 1994년부터 총 41건의 논문을 발표(석‧박사 논문 포함)했다. 2015년을 제외하고 매년 2건 이상씩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발표한 논문은 2017년 9월30일 ‘오바마 행정부의 재균형전략에 대한 아베 정부의 대응 전략에 관한 연구’였다.
유튜브 활동 겸직 허가를 제대로 받지 않은 정황도 확인된다. 김영호 후보자는 성신여대로부터 2019년 4월18일부터 2023년 12월31일까지 유튜브 활동에 대해 겸직 허가를 받았다. 유튜브 첫 영상 업로드 날짜는 2018년 7월9일이다. 9개월 간 겸직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로 유튜버 활동을 한 것이다.
겸직 허가 없이 업로드 된 영상은 244개다. 2018년 유튜브 활동에 따른 총 수입금액은 1089만3310원, 총 소득금액은 255만3700원이었다. 수익이 발생하는 유튜브 활동은 성신여대 규정상 반드시 소속 대학총장에게 겸직 허가를 받은 때에만 가능하다. 2018년 7월부터 2019년 4월 사이 수익이 창출된 기간과 겸직 허가를 받지 않은 기간이 겹친다면 성신여대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이용선 의원은 "김영호 후보자는 최근 5년 동안 논문은 한 건도 발표하지 않은 채 가짜뉴스, 허위정보를 배포하는 극우 유튜버 활동에만 전념했다. 더구나 남북간의 대화, 협력보다는 갈등과 긴장을 고조시키는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장관에 부적절한 인사다"라고 지적했다.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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