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우박피해 입은 충북 충주 동량면, 과수화상병까지 덮쳐 농가 시름 깊어져

황송민 2023. 7. 17. 19: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우박이 갑자기 내려 사과농장을 쑥대밭으로 만들더니 이젠 과수화상병이 덮쳐 평생 일궈 놓은 사과나무를 하루아침에 땅에 묻었습니다. 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11일 우박으로 큰 피해가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에 찾은 충북 충주시 동량면 조동리 장선마을은 곳곳에서 굴착기 작업 소리만 요란하게 들릴 뿐 적막감이 감돌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과수화상병 피해를 본 박기환씨(오른쪽)와 강규봉씨가 매몰 작업 현장을 살펴보며 앞으로의 대책을 의논하고 있다.

“우박이 갑자기 쏟아져 사과농장을 쑥대밭으로 만들더니 이젠 과수화상병이 덮쳐 평생 일궈 놓은 과수를 하루아침에 땅에 묻었어요. 앞으로 살길이 막막합니다…”

지난달 11일 우박으로 큰 피해가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에 찾은 충북 충주시 동량면 조동리 장선마을은 곳곳에서 굴착기 작업 소리만 요란하게 들릴 뿐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산비탈을 따라 펼쳐졌던 과수원은 검붉은 흙이 그대로 드러난 채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매몰작업 중인 굴착기를 바라보던 박기환씨(76)는 “우박으로 사과밭이 망가졌어도 어떻게든 과일 하나라도 더 건지려는 간절한 마음에 중원농협에서 지원해준 살균제와 영양제를 뿌리고 밤낮으로 정성을 쏟았는데 화상병마저 덮치며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수확을 10여일 앞두고 화상병 피해를 본 강규봉 원예조합동량사과작목반장(65)도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병이 여기저기 터져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되고 있다”며 “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사과 농사를 평생의 업으로 삼아왔는데 복구 기간이 얼마나 될지 몰라 가슴이 먹먹하다”고 하소연했다.

사과·배와 같은 장미과 식물에서 주로 발생하는 화상병은 한번 걸리면 가지나 잎에서 검은색 반점이 나타나기 시작해 불에 타서 화상을 입은 것처럼 말라 죽는 증상이 나타난다. 아직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과수 에이즈’라 부르기도 한다. 

올해 충주에서는 7월 중순임에도 병 확산세가 멈출 기미가 없다. 5월8일 지역에서 첫 양성 판정이 나온 이후 10일 기준 발생 규모가 55건 16.8㏊에 이른다. 이 가운데 우박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동량면과 용탄동을 중심으로 6월 중순 이후 18곳의 과수원에서 7.1㏊ 피해가 발생했다.

충주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매년 6월말 이후 기온이 상승하면 화상병 발생이 주춤해진다”며 “하지만 올해는 우박 피해로 줄기와 잎에 상처가 나 사과나무의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데다, 예년보다 이른 장마 탓에 기온이 높지 않아 병균이 증식하기 유리한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피해 농민은 정부의 보상 기준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화상병 발생에 따른 손실보상금 단가는 10a(303평)당 재배주수(심어진 나무 수)와 나무 수령으로 세분화해 과수 잔존가치, 당해 연도 농작물 가치, 향후 2년간 영농손실 등을 고려해 산정한다.

전국재씨(62)는 “화상병으로 매몰된 과수원엔 2년간 사과나무를 심을 수 없고, 심은 후에도 수확을 제대로 하려면 4~5년의 세월이 필요하다”며 “지금 기준으로 지급하는 손실보상금으로는 그동안 들어간 영농비용과 융자금 등을 갚고 나면 손에 남는 게 거의 없어 농사를 다시 시작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박기환씨가 과수화상병으로 쓸모없어진 사과 포장상자를 근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6월 우박 피해에 따른 농작물재해보험의 보험금에도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화상병이 발생해 나무를 모두 매몰처리한 농가는 보험금을 한푼도 받지 못한다. 보상을 안해주면 보험료라도 돌려줘야 하나 남은 계약기간에 해당하는 비용만 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박씨는 “우박 피해와 화상병은 엄연히 별개의 사안인데 화상병 발병을 이유로 보험금을 안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농가는 보상받으려 일부러 화상병 신고를 꺼리게 될 수밖에 없는데 오히려 제도가 화상병을 부추기는 꼴이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서 그는 “정부 차원에서 한순간에 삶의 기반을 잃어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피해 농가의 재기를 돕는 심리치료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화상병 창궐로 충주 최대 사과 생산지인 동량면의 지역경제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사과는 동량면 농산물 생산액의 80%를 차지한다.

진광주 중원농협 조합장은 “앞으로 6~7년간 사과 생산이 급감해 지역경제가 침체하고 농협의 판매·경제·신용 등 사업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며 “재난에 버금가는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