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65%' 산에서 쏟아지는 물 관리해야"…오송·경북 참사 해법

김인한 기자 2023. 7. 1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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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65%를 차지하는 산에서 내려오는 물관리를 잘해야 하천 범람이나 산사태를 막을 수 있습니다. 선조들이 치산치수(治山治水)에서 '치산'을 먼저 언급한 이유입니다. 산에서 물관리를 잘해야 폭우로 인한 홍수뿐만 아니라 폭염으로 인한 산불·가뭄 등 기후 위기를 대처할 수 있습니다."

한 교수는 "수해가 나면 해결책으로 하천의 시설 관리인 치수에만 치중해 왔다"며 "우리나라에서 홍수를 일으키는 원인은 산에서 내려오는 빗물로, 원인인 치산을 등한시하고 결과인 치수에만 치중하다 보니 매년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어도 계속 수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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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물박사' 한무영 서울대 교수, '治山' 강조
"산지 곳곳에 빗물 저장시설 만들어야…英도 시행, 홍수 예방 중"
지난 16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 지하차도에서 물빼기와 인명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 사진=뉴시스


"국토 65%를 차지하는 산에서 내려오는 물관리를 잘해야 하천 범람이나 산사태를 막을 수 있습니다. 선조들이 치산치수(治山治水)에서 '치산'을 먼저 언급한 이유입니다. 산에서 물관리를 잘해야 폭우로 인한 홍수뿐만 아니라 폭염으로 인한 산불·가뭄 등 기후 위기를 대처할 수 있습니다."

국내 대표 '물(水) 박사'인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는 17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치산치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치산치수는 산과 물을 다스려 자연재해를 예방한다는 말이다. 특히 정부 수해 정책에 산 관리(치산)가 빠져 있고, 산불 정책에 물관리(치수)에 소홀해 자연재해가 매년 반복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 교수는 "수해가 나면 해결책으로 하천의 시설 관리인 치수에만 치중해 왔다"며 "우리나라에서 홍수를 일으키는 원인은 산에서 내려오는 빗물로, 원인인 치산을 등한시하고 결과인 치수에만 치중하다 보니 매년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어도 계속 수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연간 강수량이 전체 지역 평균 1200~1300㎜로, 산 전체를 1.3m의 수영장으로 만들 정도의 많은 비가 내린다"며 "이렇게 산에 떨어진 빗물을 모아 하천으로 빨리 흘려버리는 방향으로 관리하니 하류 지역의 홍수가 잦아지고, 산은 건조해져 산불에 취약해지며 자연 생태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산에서 쏟아지는 물, 댐 방류…홍수 피해 커질 수밖에
한무영 서울대 명예교수./사진제공=서울대
한 교수는 산에 모인 빗물의 관리를 위해 곳곳에 '물모이'를 구축할 것을 제언했다. 물모이는 빗물을 그대로 흘려보내지 않고 저장·활용하는 일종의 '미니 댐'이다. 댐 방류와 산에서 하천으로 쏟아지는 물은 수해를 키우지만, 빗물 관리시설이 있으면 수해 예방과 자연 생태계 조성, 산불 예방 등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비가 여름에 집중되고 산이 많은 나라에서는 빗물을 모아서 쓰는 방법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기후변화에 의한 집중형 강우에 대비하기 위해선 빗물을 더 많이 모아야 한다"고 했다.

한 교수는 물모이가 산지뿐만 아니라 도심이나 건물 옥상 등에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서울 광진구 스타시티와 서울대 기숙사에 물모이를 구축해 화장실 용수 등으로 활용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미니 댐은 작지만 수만 많으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대형 댐보다 훌륭한 역할을 한다"며 "상류에서 소규모로 빗물을 모으는 만큼 별도의 토지보상비 없이 홍수와 물 부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영국 산지에 만들어진 미니 댐. 이 빗물 관리시설을 통해 홍수를 막고 있다. / 사진제공=한무영 서울대 교수

물모이의 실제 활용 사례로는 영국을 꼽았다. 한 교수에 따르면, 영국의 산지 한 곳에 설치된 800개 이상의 빗물 관리시설은 물이 흐르는 속도를 늦춰 홍수를 방지하는 것은 물론 지하수 충전, 산불 방지, 자연 생태계 보전 등의 효과도 냈다.

한 교수는 "밑을 보지 말고 위를 봐야 한다(Don't look down, look up)"며 "하천 범람이나 산사태 결과만 보지 말고 원인을 찾을 것"을 조언했다. 이어 "댐으로만 물을 가둬두는 게 아니라 산과 도시 전체에 걸쳐 물그릇(빗물 관리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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