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색 셔츠’ 구조자 찾았다…70대 청소노동자들도 희생
[앵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순간, 난간에서 손을 내밀어 준 남색 셔츠의 남성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는 구조자 사연, 어제 전해드렸죠.
수소문 끝에 이 남성과 연락이 닿았는데,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다며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침수 버스 희생자 가운데는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며 밥벌이에 나선 70대 청소 노동자들도 포함돼 안타까움을 더 하고 있습니다.
이예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거센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던 순간, 난간에서 손을 내밀어 힘껏 당겨준 남성.
[이OO/오송 지하차도 침수 피해자/16일/9시 리포트 : "허우적대고 있었는데 네이비 색깔 티셔츠 입으신 남자분이 한 분 계셨는데 제 손 잡아가지고 난간에다가 같이 이렇게 잡아주시고."]
기적처럼 손길을 뻗어준 남성은 증평군청 공무원 정영석 씨로 확인됐습니다.
정 씨는 침수 순간, 차량 지붕과 난간에서 3명을 끌어올린 기억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정영석/충북 증평군청 공무원 : "차량 지붕으로다가 이제 막 급하게 올라갔어요. 아주머니 한 분이 못 올라오고서 이제 살려달라고 말씀을 하셔 갖고. 제가 아주머니를 일단 끌어올렸어요."]
그러면서 자신도 또 다른 남성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정영석/충북 증평군청 공무원 : "스티로폼이나 나무랑 판자나 목재 같은 걸 잡고 둥둥둥 이제 떠 있는데. 화물차 기사분이 저를 먼저 좀 이제 꺼내주셨어요. 감사드리면서 연락처라도 좀 달라고. 그런데 끝까지 안 주시더라고요."]
정 씨는 미처 구하지 못한 버스 승객들의 사연을 전하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정영석/충북 증평군청 공무원 : "계속 울먹이시더라고요. 버스에서 자기 혼자밖에 못 빠져나왔다고. 계속 우시고 막 그러시는데."]
빠져나오지 못한 채 주검으로 발견된 승객 가운데는 출근길을 재촉하던 70대 청소 노동자들도 있었습니다.
침수되는 버스 영상 속, 뒷모습이 찍힌 여성들입니다.
[청소노동자 유족/음성변조 : "짐이 안 되고 싶다고. 먹고 싶은 거 아끼셔서 저축하시고 평생 그렇게 사셨는데. 진짜 아무 손쓸 틈도 없이 그렇게 떠나보내게 되어서…"]
야간 수색 작업 중 발견된 침수 버스 기사는 곧 아들의 결혼식을 앞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KBS 뉴스 이예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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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기자 (eyer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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