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악당들이 만났다...'세계 탄소 45% 배출' 미중, 기후협상 재개

김현종 2023. 7. 17. 19: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존 케리 미 기후특사, 셰전화 중국 특사와 회담
'중국 탈석탄·메탄 감축·태양광 관세' 주요 의제
"미국, 탄소 감축만 요구"... 협상 어려울 것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와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별대표가 17일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협상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은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45%(중국 33%, 미국 12%)를 배출하는 '기후 악당'이다. 기후변화 속도를 더 빠르게 하거나 늦출 '힘'이 미국과 중국에 있다. 미중은 "인류 공통의 위기에 함께 대응하자"며 2021년 기후변화 대응책 논의를 위한 협상을 시작했지만, 지난해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등으로 양국관계가 경색된 이후 흐지부지됐다.

최근 미중관계 해빙 분위기를 타고 양국 기후 협상이 17일 다시 시작됐다. 중국 관영 CCTV 등에 따르면,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와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별대표가 중국 베이징에서 4시간가량 회담했다. 케리 특사는 19일까지 베이징에 머물며 성과 도출을 시도한다.

올해 지구가 최악의 폭염과 폭우에 시달리는 터라 협상 결과에 세계의 시선이 쏠려 있지만, 미중의 진정성에 대해선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지구와 인류의 미래가 달린 이번 협상의 쟁점과 전망을 알아봤다.


"석탄 대신 재생에너지" 설득 통할까

중국 산서성 대동시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굴뚝에서 연기를 내뿜고 있다. 대동=AP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은 탈석탄이다. 이번 협상은 중국이 최근 석탄 발전을 급격히 늘리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중국은 지난해 50GW 규모의 신규 석탄발전소를 착공한 '탄소 역행' 국가다. 50GW는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나라들이 새로 착공한 석탄발전소 용량의 6배가 넘는다. 중국은 지난해 106GW 규모의 신규 석탄발전을 허가했는데, 이는 영국의 연간 소비 전력(105GW)에 맞먹는 양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석탄 대신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충당하라고 중국을 압박한다. 케리 특사도 중국의 석탄 화력 발전량 감축을 촉구했다. 그는 최근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석탄발전소 추가 건설로 성과가 퇴색했다고 꼬집었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신규 태양광 설비(344GW)의 절반(154GW)을 중국이 설치했다. 그러나 중국은 경제 성장에 따라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맞추려면 석탄발전을 당분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셰 대사는 중국 친환경 산업에 대한 관세 부과 등 미국의 '징벌적 조치' 때문에 중국이 석탄 사용을 줄이지 못한다고 반박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신규 석유 시추, 태양광 관세… 미국의 내로남불

지난 3월 미국 워싱턴 내무부 청사 인근에서 환경단체가 알래스카 시추 사업 '윌로 프로젝트' 허가에 항의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을 끝까지 압박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미국 역시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와 결별하지 못했다. 지난 3월 미국은 알래스카에 석유 시추 사업 '윌로 프로젝트'를 허가해 석유 950억L를 시추하는 과정에서 매년 탄소 920만 톤을 배출할 전망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핵심 국정 어젠다로 내세운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은 지난해 폭염 탓에 천연가스 사용량도 늘렸다. 다니엘 카먼 미 UC버클리대 교수는 "미국이 (중국보다) 더 나을 것이 없다"며 "(미중이) 서로가 서로를 격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영국 BBC방송에 말했다.

미국이 2012년부터 중국 태양광 패널 제품에 반덤핑 과세를 부과하고 있는 것이 모순적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재생에너지 제품에 징벌적 과세를 매기는 것은 미국이 환경을 위해 경제를 희생시킬 생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은 이번 협상에서 친환경 산업 관세 철폐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메탄 감축 계획이라도 공개할까

지난 14일 중국 산시성 진청시의 가스 채굴장에서 채굴기가 가스를 시추하고 있다. 천연가스 시추 과정에서 배출되는 메탄은 기후위기의 또 다른 공범이다. 진청=로이터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에서 중국이 메탄 감축 계획을 공개하는 선에서 탈석탄 압박을 피해 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와 마찬가지로 기후 변화의 숨은 공범인데, 2021년 중국 메탄 배출은 8,540만 톤으로 세계 1위다. 중국은 최근 메탄 배출 제한 계획을 수립했지만 공개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케리 특사 측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은 올해 12월 열리는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전에 중국이 이 계획을 공개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케리 특사 역시 지난 13일 “메탄은 (중국과의 기후대응) 협력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