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만 간신히”…삶터에 일터마저 뺏긴 이재민들

안승길 2023. 7. 1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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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 [앵커]

둑이 무너지고 하천이 넘칠 위험이 커지면서 전북 곳곳에선 주민들이 급히 몸을 피해야 했는데요.

일부는 집으로 돌아갔지만 5백 명이 넘는 이재민이 대피소에서 여전히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수마에 삶터와 일터를 빼앗긴 주민들을 안승길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마을이 온통 흙탕물로 뒤덮였습니다.

논도 비닐하우스도, 사람 사는 주택마저 물에 잠겼습니다.

갑작스런 대피 명령에 주민들은 몸만 챙겨 허겁지겁 대피소로 향했습니다.

[도소희/익산시 용안면 : "가슴도 두근두근하고 다리도 후들거리고 그랬죠. 늙은이가 겁나니까. 몸만 빠져나온 거예요, 그냥 입은 채 이대로..."]

도로마저 침수돼 소방대원 도움으로 간신히 빠져나온 노인들.

대청댐 방류량이 초당 2천5백 톤을 넘어서고 금강 물이 급격히 불어나자 제방 건너 마을들이 온통 물바다가 된 겁니다.

산북천과 금강을 잇는 제방 일부가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주민들은 학교와 마을회관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비가 잦아들고 물이 일부 빠진 마을도 있지만, 계속된 비 소식에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삶터를 삼킨 수마는 주민들의 소중한 일터마저 앗아갔습니다.

출하를 코앞에 둔 수박은 허리춤을 채운 흙탕 위를 둥둥 떠다니고, 상추와 토마토, 벼는 모두 물속에서 녹아갑니다.

[박길호/익산시 망성면 : "익산시에서 큰 관을 갖다 금강으로 퍼냈으면 이 일이 안 났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 나오지도 않고. 수박이 이렇게 큰데 살기가 정말 막막합니다."]

지난 13일 이후 익산과 전주, 군산 등 9개 시·군에서 주택 침수와 산사태 우려로 집을 떠난 이재민은 7백50여 명.

일부는 다시 집으로 향했지만, 금강과 맞닿은 익산 주민 3백여 명 등 나머지 주민들의 대피 생활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입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촬영기자:안광석

안승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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