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친환경 농법' 큰 꿈 품던 50대 귀농부부도 산사태에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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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경북 봉화군 춘양면 학산리에 기와집을 짓고 정착한 하모(54)씨와 김모(53)씨.
17일 찾은 부부의 기와집 주변은 여전히 매몰 사고 당시의 처참한 모습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하씨처럼 귀농을 한 최모씨 부부는 "우리도 이곳으로 귀농한 터라 하씨 부부와 한 형제처럼 지냈다"며 "7년 전부터 짓던 기와집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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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다리 유실, 전기·식수 부족
10여 년 전 경북 봉화군 춘양면 학산리에 기와집을 짓고 정착한 하모(54)씨와 김모(53)씨. 그들은 '청정 봉화'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겠다는 큰 포부를 안고 이곳으로 온 50대 귀농부부였다.
그러나 이들은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쏟아진 15일 갑자기 집안으로 들이친 토사 더미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잠을 자다가 참변을 당했다. 17일 찾은 부부의 기와집 주변은 여전히 매몰 사고 당시의 처참한 모습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집 건물과 주변에는 크고 작은 바위, 산에서 쏟아져 내린 진흙, 길이 10m 안팎의 나무 수십 그루가 박혀 있었고, 농사용 각종 자재들이 누가 고의로 흩뿌리기라도 한 듯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진흙에 발이 푹푹 빠져, 집 근처론 접근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산사태는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피할 도리가 없었다. 매몰 사고를 발견한 학산리 이은신 이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아침에 폭우가 걱정돼 마을을 돌아보던 중이었어요. 오전 6시10분 쯤 하씨 부부 집이 이미 기울어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당장 하씨의 아들과 경찰, 소방서 등에 연락해서 구조를 시작했습니다."
소방대원과 주민 등 20여 명은 집안까지 밀려든 진흙과 바위, 나무 등을 필사적으로 치운 끝에 오후 4시 쯤에서야 하씨 부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두 사람 모두 숨을 거둔 상태였다.
사고 후 이틀이 지났지만 이웃들은 여전히 하씨 집 근처에 서서 허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이웃 주민은 "부부가 요즘 블루베리 수확을 하느라 밤늦도록 일을 했다"며 "잠옷 차림으로 숨져 있다고 들었는데 피곤한 상태에서 깊이 잠에 빠져 있어 산사태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숨진 하씨 부부는 성실하고 친절한 귀농인이었다고 한다. 10여년 전에 이곳으로 와서 블루베리·사과·고추 등을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했다. 하씨처럼 귀농을 한 최모씨 부부는 "우리도 이곳으로 귀농한 터라 하씨 부부와 한 형제처럼 지냈다"며 "7년 전부터 짓던 기와집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씨 집뿐 아니라 동네 곳곳이 산사태로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학산리 마을은 춘양면소재지에서 5㎞ 정도 떨어져 있는데, 마을 가는 길 곳곳에 계곡 물이 넘쳤고 농경지가 침수됐다. 마을 입구 계곡의 시멘트 다리도 폭우에 무너져, 이날 오전에 되어서야 마을 근처까지 차량통행이 재개됐다.
15일 폭우로 봉화군에서는 춘양면 서동리에서도 산사태가 주택을 덮쳐 60대 2명이 숨졌다. 17일까지 도로 44곳, 하천 18곳, 철도 4곳이 유실되는 등 공공시설 84곳에 피해가 발생했다. 농경지 침수도 이어졌다. 학산리 주민들은 "전기가 끊긴 상태이고, 폭우에 식수난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봉화군은 공무원·군인 등 인력 868명, 굴삭기·덤프 등 장비 753대를 동원해 복구작업을 이어갔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노약자와 응급환자의 통행을 위해, 유실되거나 매몰된 도로를 최우선적으로 복구하겠다"고 약속했다.
봉화= 이용호 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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