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 피해대책] "이상기후 가정해 홍수대비 설계… 첨단 기술로 피해 줄여야"
행안부-충북도 매뉴얼 제각각… 사전통제 안돼
디지털트윈 '재난 시뮬레이션' 활용 대비책 강구
취약 지역 특별관리지정·주민 훈련도 강화해야
"제방 붕괴는 하천 홍수와 달리 한 번 일어나면 많은 양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며 주변을 침수시켜 순식간에 큰 피해로 이어진다. 이번 같은 폭우가 언제 또 닥칠 지 모르는 만큼 지하차도, 하천변 도로 등 지형이 낮은 지역을 특별 관리하도록 관련 매뉴얼을 전면 손봐야 한다."
수자원·하천분야 전문가인 강준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하천연구본부 연구위원(박사·사진)은 17일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15일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폭우에 따른 미호천 제방 붕괴로 일어났다.
강 연구위원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9년 전국 위험 지하차도 145곳을 세 등급으로 분류하고 '호우경보' 등이 발령되면 통제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이번에 참사가 일어난 궁평2지하차도는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가 지하차도 중앙이 50㎝ 잠겨야 도로를 통제하는 별도 매뉴얼을 두다 보니 사고 당일 제때 사전통제가 되지 않았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통일된 대응 매뉴얼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강 연구위원은 제방 붕괴 시 신속한 도로 통제가 안 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참사 발생 지역이 제방과 가깝고 인근 논밭보다 낮아서 제방이 유실되면 하천의 물이 삽시간에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인데 관련 기관의 부실 대응이 화를 키웠다.
이 지하차도는 이전에도 호우가 발생하면 자주 침수가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참사 당일 관할 행정당국이 도로 통제를 하지 않은 사유에 강한 의문을 제기되고 있다.
강 연구위원은 이런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기후변화와 이상 홍수 발생에 대비한 하천 재난대응 체계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하차도를 포함한 구조물은 50년, 100년 만에 한번 일어날 법한 홍수를 대비해 설계하는데, 앞으로는 이상기후로 인해 폭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난 주말처럼 많은 비가 한꺼번에 내리는 '피크 홍수'를 가정해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천 홍수에 취약한 곳을 모두 관리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참사가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 같은 지하차도나 하천변 도로, 지형이 낮은 곳 등은 특별관리대상 지역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하천 홍수 우려 지역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지역 주민들에게 알리고, 재난 시 대응 요령에 대한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연구위원은 하천 홍수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 디지털 트윈, AI(인공지능)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하천 홍수재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시간 하천재해 관리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예천, 김해, 부산 등에 시험 구축해 실증을 하고 있다.
그는 "CCTV 등의 영상장치에서 이미지를 얻어 수위, 유속, 유량, 하천 내 객체 등을 인식하고, 원격에서 홀로렌즈 같은 기기를 이용해 하천 수위 상황을 모니터링함으로써 위험에 적기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현실과 똑같은 가상공간을 만들어 가상 홍수를 재현하면 홍수 시 하천 인근 지하차도나 도로, 고수부지 등의 위험을 미리 시뮬레이션해 문제를 예방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강 연구위원은 "이번 같은 폭우 피해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 지 예상하기 어려운 만큼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첨단 기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며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는 만큼 지자체를 중심으로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연구위원은 디지털 트윈을 이용해 재난 시 대피장소 정보를 영상으로 제공하고, 위험지역에 있는 이들에게 대피를 알리는 재난상황 알림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제 아무리 좋은 기술을 적용했더라도 하천 홍수 대비는 보수적 관점에서 이뤄져야 하고, 상황 발생 시 대피 요령 등에 대한 대국민 교육과 훈련을 실제처럼 해야 한다"면서 "톱다운 방식의 기존 재난대응 체계를 재난현장을 잘 아는 지자체와 주민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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