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 산사태에 오이 농장 등 마을 초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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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모텔에서 지내고 있는데 30분도 자지 못했습니다. 또다시 비가 온다고 하는데 언제쯤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답답할 뿐입니다."
지난 15일 폭우로 천안시 수신면 발산리 일원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주택 피해를 당한 조병옥(52)씨는 하늘에 잔뜩 낀 먹구름처럼 어두운 표정으로 옷가지를 챙기고 있었다.
천안시 수신면 발산리 일원은 저지대로 큰비가 내릴 때마다 인근 하천이 넘쳐 피해를 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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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산2리 주민 추가 산사태 우려에 13가구 17명 긴급 대피
천안 특산물 오이 농가 대거 침수..."한 해 농사 어쩌나" 탄식
[더팩트 | 천안=김경동 기자] "이틀째 모텔에서 지내고 있는데 30분도 자지 못했습니다. 또다시 비가 온다고 하는데 언제쯤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답답할 뿐입니다."
지난 15일 폭우로 천안시 수신면 발산리 일원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주택 피해를 당한 조병옥(52)씨는 하늘에 잔뜩 낀 먹구름처럼 어두운 표정으로 옷가지를 챙기고 있었다.
그는 이번 산사태에 구사일생으로 몸을 피했다. 집안에서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밖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던 중 뒷산이 무너지며 토사가 쏟아지는 소리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나간 덕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조씨는 "집 안에 있는데 뒷산에서 천둥 치는 듯한 굉음이 나서 미친 듯이 뛰어나왔다"며 "나와서 보니 산에서 쏟아진 토사가 주택 뒤편을 순식간에 덮쳤는데 만약 뒷문이라도 열어 뒀으면 집안으로 토사가 밀려 들어와 끔찍한 사태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긴박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이번 산사태로 인해 마을 주민 13가구 17명이 마을을 떠나 가족이나 친인척 집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번 주말까지 비 예보가 예상돼 있어 추가 피해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비가 잠시 그친 17일 오전 주민들은 간간이 마을에 모여 무너진 뒷산을 보여 하염없는 한숨만 내 쉬고 있었다. 특히 주민들은 이번 산사태의 원인을 산 중턱에 세워진 빈 공장을 꼽았다.
발산2리 김규석 이장은 "수년 전에 산 중턱에 공장 4동이 지어졌는데 지금까지 운영되지 않고 사실상 방치 상태였다"며 "마을 주민들은 뭐 하는 공장인지 사장은 누구인지 알 수도 없고 관리가 안 되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안시도 복구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장이 위치한 산 중턱에서부터 보강공사가 이뤄지지 않는 한 토사가 쏟아진 민가 쪽은 손을 댈 수 없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당장 비 예보가 있어 공사를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비가 그치면 주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복구 공사를 서두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안의 대표 특산물인 오이 농가들도 3년 만에 큰 피해를 입어 사실상 출하를 포기한 상태다.
천안시 수신면 발산리 일원은 저지대로 큰비가 내릴 때마다 인근 하천이 넘쳐 피해를 보곤 했다. 지난 2020년에도 큰 비로 한해 농사를 망쳤던 악몽이 올해도 반복됐다.
30년 동안 오이 농장을 운영한 임민수(61)씨의 하우스는 들어찬 물만 겨우 퍼냈을 뿐 복구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물이 들어찬 오이는 상품 가치가 없어 모두 철거해야 하지만 1200평에 이르는 면적을 어디서부터 손을 댈지 막막할 뿐이다. 바닥은 쉬이 마르지 않아 뻘밭이나 다음 없었고 물을 가득 머금었던 오이는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임씨는 "3년 전에도 큰 피해를 입었지만 시에서 배수펌프장을 만든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올해도 또 피해를 봤다"며 "매일 밤낮을 펌프기를 돌려가며 전쟁을 치렀지만 결국 들어차는 물을 막을 수 없었다"고 탄식했다.
이어 "인명 피해가 없어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고는 있지만 망가진 작물을 하루빨리 철거하고 다시 모종을 심어야 하는데 부부끼리 단기간 내에 어떻게 해야 할지 손이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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