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항소심 재판 첫 날 “낮은 자세로 소명”···입시비리 공모는 부인
17일 오후 1시30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 갈색 SUV 차량이 멈춰섰다. 운전석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내렸다. 두 시간 전부터 점심도 거른 채 법원 앞에 모여든 지지자들은 순간 숨을 죽였다. 조 전 장관이 법원 쪽으로 걸어오자 목청을 높였다. “조국은 무죄다!” “장관님 힘내세요!”
조 전 장관이 법원에 온 건 지난 2월 1심에서 입시비리·감찰무마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후 다섯달 만이다. 조 전 장관이 타고 온 차도, 직접 운전대를 잡은 것도, 왼쪽으로 탄 가르마도 그대로였다. 그러나 다섯 달 사이 조 전 장관은 서울대에서 파면됐고 아들은 석사 학위를 반납했다. 떳떳함을 주장하던 딸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소송을 취하하고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 전 장관이 기소된 지 3년 반이 되어가는 시점에 검찰은 딸 조민씨 기소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공범인 조 전 장관과 배우자 정경심 전 교수가 항소심에서 밝힐 입장까지 고려하겠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의 항소심 첫 공판은 이렇게 주목을 받으며 이날 시작됐다.
조 전 장관은 지지자들 구호 속에 걸어와 가방을 내려놨다. 준비해 온 입장문을 꺼내 읽었다. “압도적인 검찰권 행사에 무력했다. 하루하루가 생지옥” 등 강한 어조로 억울함을 토로하던 1심 결심공판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정경심 교수의 유죄가 대법원에서 확정된 후 당사자와 가족들은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아비로서 가슴이 아팠지만 원점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는 (자식들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항소심에서 보다 낮은 자세로 진솔한 소명을 하겠습니다.”
‘작가’ 조국 “눈코 뜰 새 없어 몰랐다”···검찰 압박에도 입시비리 혐의 부인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김우수) 심리로 첫 공판이 시작되자 조 전 장관은 자신의 직업을 “작가”라고 소개했다. 자녀의 입시비리 공모 혐의에 대해서는 1심처럼 부인하는 입장을 유지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입시비리 의혹을 받는 자료가 만들어지고 제출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허위’라는 점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가족과 공범으로 묶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 변호인은 딸 조민씨의 서울대 의전원 관련 입시비리 혐의에 대해 “조 전 장관이 공범 성립에 필요할 정도로 허위에 대한 인식을 가질 수 있었는지 다시 평가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생업에 종사하고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던 조 전 장관이 조민의 활동 일거수일투족을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당시 (입시제도 특성상) 조민뿐 아니라 대부분 학생이 받은 스펙에 대한 확인서가 대동소이하게 사적인 성격이 강했을 것”이라며 “이런 종류의 체험활동·인턴십 경력 자료가 입시자료로 제출됐을 때 허위나 과장 정도가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입학사정관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어느 한 사람의 스펙을 떼어내 현미경같은 잣대로 검증한 다음 허위나 과장이 조금이라도 있을 경우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조 전 장관 측은 아들 조원씨와 관련된 입시비리 혐의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조원씨가 허위로 작성된 서울대 인턴 증명서 등을 고려대·연세대 대학원,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입시 과정에 제출한 시기는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일하던 때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관여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 변호인은 “구체적인 증거 없이 ‘부모가, 아버지가 몰랐겠느냐’는 것을 판단 근거로 삼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딸 입시비리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고 복역 중인 정 전 교수는 이날 재판 시작 5분쯤 전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들어섰다. 조 전 장관과 마주하자 고개를 숙여 인사를 나눴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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