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된 피해자 대신 배우자가 가해자와 합의해도…대법원 "효력없다"

송혜수 기자 2023. 7. 17.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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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사진=JTBC〉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피해자를 대신해 성년후견인인 배우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혀도 이는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오늘(17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를 받는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대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8년 11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서 자전거를 타던 중 길을 걷던 B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습니다. 사고로 B씨는 뇌가 손상되는 중상해를 입어 의사 표현이 불가능한 식물인간 상태가 됐습니다.

B씨의 배우자는 성년후견인 자격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와 합의하고 1심 판결 선고 전 법원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1심과 2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형사소송절차에서 소송행위의 법정대리는 허용되지 않고 피해자에게 의사능력이 없더라도 성년후견인이 피해자를 대리해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대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은 "반의사불벌죄에서 성년후견인은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를 대리하여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를 결정하거나 처벌 희망 의사 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 범위에 통상적인 소송행위가 포함되어 있거나 성년후견개시심판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성년후견인이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습니다.원

대법원은 "피해자 본인의 의사가 무엇보다 중요한 형사소송절차에서 성년후견인에 의한 대리를 허용하는 것은 피해자 보호를 비롯한 형사사법이 추구하는 보호적 기능의 구현과 무관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역행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성년후견인이 합의해준 것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 요소로 참작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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