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때문에 올해 농사 다 망쳤네”…경기 농가 ‘풍비박산’ [현장, 그곳&]
“종일 물 빼도 소용없어” 한숨... 道 “농민 피해 최소화에 총력”
“올해 농사는 다 망쳤네요. 앞으로 비가 더 온다는데, 더 이상 가망이 없습니다.”
17일 오전 10시께 안성시 대덕면 신령리 소재 오이농장. 1만6천500㎡(5천평) 규모에 달하는 이 농장은 지난 주말 호우로 온통 ‘물바다’로 변했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비닐하우스 안으로 발을 딛자마자 질퍽한 진흙이 발을 감싸고돌아 쉽게 움직일 수조차 없었고, 곳곳엔 여전히 물웅덩이가 고여 있는가 하면 농기구가 요란하게 널브러져 있기도 했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는 오광식씨(78)는 그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이곳에서 10여년간 오이를 재배해 왔지만, 이런 피해를 당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오씨는 “꼭두새벽부터 꼬박 하루 동안 배수펌프로 물을 빼 봐도 소용없을 정도였다”며 “올 한해 농사는 이미 다 망쳤다. 오이 없이 무엇으로 먹고 사냐”고 고개를 휘저었다.
같은 날 오후 12시께 화성시 서신면 홍법리에서 홍성선씨(67)가 운영하는 9천900㎡(3천평) 규모 포도농장 역시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가 역력했다.
농장을 둘러싸고 있던 뚝이 무너져 내려 나무와 토사 등이 포도밭 일부를 덮친 것이다. 이로 인해 포도나무들이 부러지고, 농장 펜스가 붕괴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홍씨 표정은 근심으로 가득했다. 이번 주 추가적인 비소식이 예고되면서 올해 수확해야 할 포도 1천200여주에 대한 걱정이 앞서서다.
포도의 경우 빗물에 과하게 노출될 경우 열매가 터지거나 잘 익지 않는 등 악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많은 양의 비가 내린 뒤엔 병충해 위험도 커진다.
홍씨는 “한창 포도가 익어야 할 시기인데, 비가 많이 와 이 마저도 지체되고 있다”며 “그런데 이런 부수적인 피해가 발생하니 속상할 따름”이라고 호소했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호우로 경기지역 농작물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당분간 호우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경기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전국적으로 이번 호우에 따른 농작물 피해는 2만6천933.5㏊(침수 2만6천893.8㏊‧낙과 39.7㏊), 농경지 피해는 180.6㏊로 집계됐다.
경기지역에서도 현재까지 13건(5.6㏊)의 농작물 및 농경지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도는 지난 주부터 호우가 집중돼 왔으나 주말이 포함된 탓에 신고량이 저조하다고 판단, 31개 시·군에 현장 조사와 피해 현황 취합 등을 요청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이번 주 역시 도내 일부 지역에 호우가 내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도내 농작물 및 농경지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18일까지 서울·인천·경기북부엔 10~60㎜, 경기남부엔 30~10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평택, 안성, 여주, 이천 등은 최대 120㎜의 비가 내릴 것으로 관측됐다.
도 관계자는 “침수·매몰·유실·낙과 등 농작물 및 농경지 신고는 계속 접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각 지제체와 함께 농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기현 기자 fac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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